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사마천 '사기' 130편 번역의 마침표

■사기 표(表), 사기 서(書) (사마천 지음, 김원중 번역, 민음사 펴냄)


중국 최초의 정사(正史)인 사마천의 '사기'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역됐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가 1997년 '사기 열전'(전 2권)의 출간을 시작으로 지난해 '사기 본기'와 '사기 세가'에 이어 이번에 '사기 표(表)'와 '사기 서(書)'를 내놓음으로써 '사기' 130편 전편 번역이라는 대장정을 끝마쳤다. 특히 이번에 나온 '사기 표'는 고도로 압축된 문장으로 이뤄져 있어 기존에 국내에서는 서문 정도만 번역됐으며 중국에서조차 완전한 번역본을 찾기 힘든 것이기에 그만큼 중요하다. '사기' 130편 중 '본기' 12편에 뒤이어 등장하는 '사기 표'10편은 제목 그대로 연표와 월표로 구성돼 있다. 사마천은 '본기'와 '세가', '열전'에 분산돼 있는 방대한 역사적 사실 관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표로 엮어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진초지제 월표'에는 진(秦)나라 멸망 후 진섭과 항우의 등장, 한(漢)나라의 통일에 이르기까지 8년의 짧은 기간을 월별로 촘촘하게 기록해 혼란함과 급박한 정세 변화를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함께 출간된 '사기 서'는 사회제도에 주목한 제도사(史)에 해당한다. 인간을 중심에 두고 개인의 활동에서 비롯된 역사적 사건을 서술한 것과 달리 예의, 음악, 군사, 역법, 천문, 치수, 경제 등에 관한 이론과 역사를 정리해 당시 사회의 구체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서'는 모두 8편인데 이는 주역의 팔괘에서 착안해 삼라만상의 문제를 8가지로 압축해 그려내고자 한 의도가 담겨있다. 이 8편은 각기 두 편씩 짝을 이뤄 '예서'와 '악서'는 사마천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정치 제도와 질서체계를, '율서'와 '역서'는 전쟁을 둘러싼 정치 현실을 거론한다. 또 '천관서'와 '봉선서'는 변화와 개혁의 문제, '하거서'와 '평준서'는 치수와 경제라는 민생 문제를 다뤘다. '서' 8편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국가의 흥망성쇠 저변에는 노자의 '도(道)'를 발전시킨 사마천의 '도' 사상이 드러난다. "나의 역량을 헤아리지 않고 '사기' 전편 완역에 감히 도전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는 저자는 "사마천이 쓴 이 글이 2,0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의 시점에서도 여전히 우리 삶에 유효하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기 표' 3만5,000원. '사기 서'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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