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초유의 정전대란] 제한 송전 비상매뉴얼도 '먹통'

전력수급 불안 상황에 대비해 마련해놓은 비상조치 매뉴얼도‘먹통’이었다. 정부는 강제로 제한송전을 단행할 경우 공급선로의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제한송전이 처음으로 단행했다는 점에서 매뉴얼은 유명무실했다. 실제로 이날 정부와 한국전력거래소는 당초 제한송전시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일반주택이나 5층 이하의 엘리베이터가 없는 저층 아파트, 서비스업 그리고 소규모 상업용 상가 등 1순위에 한해서만 전력을 중단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책상속의 매뉴얼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실제로 이날 정전으로 은행업무가 차질을 빚는가 하면 휴대폰도 한때 먹통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멈춘 사례도 다수 발생했고 거리의 교통 신호등마저 불이 들어오지 않아 혼란을 더욱 키웠다. 비상조치 매뉴얼 대로라면 강제 부하 차단을 해서는 안 되는 시설까지 무작위로 단전이 단행된 셈이다. 더욱이 1순위 대상은 별다른 예고 없이 단전을 시행할 수 있지만 2순위 단전 대상인 고층 아파트와 업무용 빌딩의 경우 단전 1~2시간 전에 부하조정을 예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미리 경고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도 “당초 계획대로라면 일반 주택 등 1순위 제한송전 대상만 단전이 돼야 하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현실에 맞는 새로운 매뉴얼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개선방침을 시사했다. 이처럼 무작위로 제한송전이 단행된 배경에는 지금까지 매뉴얼을 만들어놓고 한 번도 시행해보지 않은 탓에 1순위, 2순위 등에 상관없이 전력계통이 함께 맞물려 있는 선로들이 한꺼번에 단전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정부도 비상조치 매뉴얼을 시뮬레이션으로 돌려보기로 했지만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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