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단기사채 제도가 지난 15일 본격 도입된 이후 기업들의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현재 공기업과 금융업체를 중심으로 전자단기사채 발행을 적극 추진중이다. 오는 4월께 금융당국이 전자단기사채의 발행 혜택을 확정할 경우 사기업으로까지 발행주체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최근 기업어음(CP) 대신 전자단기사채 발행 검토에 들어갔다. 내년에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더라도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전자단기사채는 전산망을 통해 발행, 관리되는 사채인 만큼 기존 기업어음처럼 실물을 발행하지 않아도 되고 분실 우려도 없다. 위ㆍ변조 가능성도 없고 권면분할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전자단기사채 국내 1호’ 발행기업인 한국증권금융도 지난 15일 100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추가 발행을 고려 중이고 LH공사 역시 올해 전자단기사채 발행을 검토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전자단기사채 확대를 대비해 최근 단기차입금 한도를 기존 1조5,400억원에서 2조5,400억원으로 1조원 늘렸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전자단기사채 제도가 시행되면서 콜차입과 CP발행을 대체할 새로운 단기자금 조달 수단이 생겼다”며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할 경우를 대비해 단기차입금 한도를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단기자금조달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는 전자단기사채는 기업들이 발행하는 CP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된 채권이다. CP는 발행절차가 번거로운 데다 투자자 보호가 취약하고 유통이 원활하지 못 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지난 2008년 전자단기사채의 제도 도입이 추진됐고 지난 2011년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행이 가능해졌다. 특히 지난 2011년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 1,894억원의 기업어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자단기사채를 통해 CP의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전자단기사채 발행 혜택을 확정할 경우, 발행기업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4월께 전자단기사채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혜택을 강화할 방침이다. 만기 3개월 이내의 전자단기사채에 대해서는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하며 머니마켓펀드(MMF)에 편입될 수 있도록 투자제한도 완화할 계획이다. 만기 1개월 이내의 전자단기사채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 원천징수를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일본에서는 지난 2003년 전자단기사채가 도입된 지 3년 만에 CP시장의 90% 이상을 대체했다”며 “앞으로 전자단기사채의 규제를 완화하고 혜택을 늘리는 방식으로 전자단기사채가 단기자금시장의 핵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채 우리투자증권 IB부문 대표는 “현재 공기업들 중심으로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증권신고서 제출면제 요건을 완화하는 등 혜택이 더 늘어나면 사기업들도 CP에서 전자단기사채로 발행시장을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