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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공모 마감을 2시간여 앞둔 6일 오후3시. 접수처인 서울 회현동의 우리은행 본점 20층으로 회장 후보 접수 대행인의 발길이 분주하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4월29일부터 이팔성 회장의 후임 공모에 들어갔지만 아무도 지원하지 않다가 치열한 눈치보기 끝에 마감 막판이 돼서야 10여명의 무더기 접수가 이뤄진 것이다.
차기 우리금융 회장은 한국 금융의 물줄기를 바꿔놓을 수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 책무를 떠안게 된다. 이 같은 중대한 작업을 앞두고 있음에도 금융 당국은 회장 선임과 관련해 어떤 사인(?)도 주지 않았다. 민영화 작업의 적임자라는 큰 기준만 제시됐다. 이렇다 보니 지금까지의 회장 공모전은 오리무중이었다. 하지만 6일 회장 공모 마감 결과 그동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관료 출신이 대부분 공모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베일에 싸여 있던 차기 회장의 윤곽이 잡히는 모습이다.
◇우리금융 내부 출신 각축전…이순우 행장 겸임설도=6일 공모 마감일 직전까지만 해도 임종룡 전 국무총리조정실장, 진동수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 고위관료 출신이 대거 응모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직을 걸고' 우리금융 민영화를 완수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위해서는 내부 인사보다는 강단 있고 추진력 있는 관료 그룹이 오지 않겠냐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한때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임 전 실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늘 연대 석좌교수로 부임했다"며 "금융지주사에 응모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진 전 금융위원장과 재경 관료 출신 정치인으로 후보 물망에 올랐던 배영식ㆍ이종구 전 의원도 신청 의사가 없는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번 우리금융 회장 선출 구도는 사실상 이종휘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이덕훈 키스톤(사모펀드) 회장, 이순우 현 우리은행장 등 우리금융 출신의 경합으로 짜였다.
이날 이 위원장을 시작으로 이들 우리금융 출신 인사가 줄줄이 공모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호 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친박계로 분류되는 서강대 출신인 이덕훈 키스톤(사모펀드) 대표는 청와대의 부담 때문에 결국 이종휘와 이순우의 양파전으로 압축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달 산업은행 회장으로 박근혜 대선 후보 당시 캠프 출신이자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홍기택 서강대 교수를 임명하면서 또다시 금융계 낙하산 인사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금융 내부 출신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공공기관장의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강조했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회장 선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금융을 잘 아는 내부 인사가 낙점될 경우 민영화는 물론 내부 사정을 잘 알아 차기 회장 인선을 놓고 흐트러진 조직 추스르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순우 현 우리은행장의 회장 겸임설도 얘기되고 있다. 이 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로 1년이 남았다. 금융 당국은 오는 6월까지 민영화 방안을 만든 뒤 이르면 올해 내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 위원장도 민영화 이후 물러날 사람이 필요하다고 밝힌 상황. 결국 새 사람을 앉히기보다 이 행장을 겸임시키면 조기 민영화와 여론 반발이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KB금융 회장과의 치열한 저울질도=관료 출신이나 친박 실세로 분류되는 이들이 사실상 모두 우리금융 회장 공모를 접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다음달 윤곽이 드러날 KB금융지주 회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당국이 양대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과 KB금융회장의 중복 지원을 막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정계ㆍ관계 등의 유력 후보군이 막판까지 저울질을 했다는 분석이다. 재경 관료 출신인 배 전 의원은 이날 KB금융지주 회장 응모 여부를 묻자 가부 여부를 밝히지 않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대표적 친박계 인사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KB금융 회장 후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향후 우리금융을 인수하거나 합병할 잠재 후보군으로는 KB금융이 사실상 유일한 상태고 이를 위해서는 KB금융 회장에 금융계 인사뿐 아니라 중량감 있는 외부 인물을 임명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신 위원장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위해서는 메가뱅크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힘으로써 KB금융의 인수 내지 합병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KB금융 회장이 우리금융과 달리 공모 방식이 아니라 금융지주 내부의 경영진과 사외이사, 외부 인사 등의 내외부 추천을 거쳐 뽑힌다는 것도 커다란 변수다. 우리금융 회장 후보로 한때 거론됐던 진 전 위원장, 전광우 전 국민연금 이사장 등은 실제 공모에 응하지 않았지만 당국이 여러 경로를 통해 KB금융 회장 추천에 나설 경우에 회장에 응모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물론 민병덕 현 국민은행장 등 현 경영진의 선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