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제교실] 전세 가격 왜 6년째 오르나요?

수요에 비해 공급 턱없이 부족… '전세 품귀'로 가격 뛰어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경제교실] 전세 가격 왜 6년째 오르나요?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요즘 주택시장이나 정책의 주요 관심사는 “전세가격”입니다. 주택전세가격이 2009년 이후 6년째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죠. 이 기간 동안 주택매매가격이 하락하거나 큰 변동이 없을 때에도 전세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했어요. 그 결과 9월말 현재 전국 주택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65.7%이고 아파트의 경우 집값의 72.9%에 달합니다. 특정 지역의 경우에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추월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세가격은 왜 이렇게 계속 오르고 앞으로도 계속 오르기만 할까요?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예요. 즉, 전세로 거주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전세로 집을 빌려주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전세로 거주하려는 사람은 왜 많을까요? 우선, 전세로 집을 빌려 사는 사람들은 소득 수준이 아직 집을 장만하기 어려운 경우예요. 이 경우 자기 집을 장만하기 전까지 전세보증금을 자산으로 보전하면서 거주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죠. 경제여건이 안 좋아지면 이런 가구들이 늘어나요. 또 집을 살 만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집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죠. 향후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떨어질 것 같아 집을 사지 않는 경우도 있고, 자녀 학업이나 직장 문제 등으로 잠시 거주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죠. 최근에는 집을 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나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을 빌려 쓰려는 수요가 모두 증가하고 있어요.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해까지 전세가격 안정을 위해 주택구매 지원 정책을 시행했어요. 전세시장에서 구매력이 있는 수요자들을 배제 시키려는 것이었죠. 그러나 전세문제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요. 그 이유는 전세 공급이 더 빠른 속도로 줄기 때문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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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격이 높아져도 전세로 집을 빌려주려는 사람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로 전세보증금을 운영할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졌기 때문이죠. 다른 한편으론 전세 대신 보증부 월세로 전환해 집을 빌려주려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시중 예금 금리가 2%대에 못 미치는데 반해,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전환율은 6~8%대 이기 때문이예요. 전세가 감소하는 다른 이유도 있어요. 전세 가격이 집값의 70%를 넘어서게 되면서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경우 은행 대출이 선순위로 돼 있으면 집주인이 파산할 때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일명 “깡통전세”라고 하는 것이 이런 경우죠. 이 경우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만큼만 목돈으로 내고 나머지는 월세로 전환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전세형태로 공급되던 주택들이 이제는 하나둘씩 사라지고 보증부 월세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온전히 전세로 빌려줄 수 있는 주택이 턱없이 부족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세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오르기만 할까요? 네.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집을 빌려 쓸 가치는 있지만 보유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주택의 전세가격은 매매가격보다 비싸야 합니다. 주택 매매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지역도 마찬가지예요. 또한 저금리 현상이 지속될 경우, 집주인들은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어요. 세입자 입장에서 깡통전세가 되지 않으려면 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지불하는 수밖에 없죠. 전세수요가 다소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전세주택의 공급은 늘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거죠. 희소성의 원칙에 따라 전세가격은 높아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오를 까요? 내릴 일은 없나요?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새로 건축하는 주택이 대량으로 늘어나면 전세가격은 내려갑니다. 이 경우 새집의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전세가격을 주변시세보다 많이 낮추는데, 이 과정에서 주변의 기존 주택들은 소위 ‘역전세난’이라는 상황을 겪게 됩니다. ‘역전세난’이란, 다음 세입자에게 받을 임차 보증금이 현재 임차인의 보증금보다 낮아, 집주인이 보증금을 추가로 마련해 이사 나가는 세입자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죠. 올해는 새로 건설하는 주택수가 2000년 이후 사상 최대치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이들이 완공되는 3년 뒤가 되면 일부 지역에서는 이와 같은 ‘역전세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나 이렇게 늘어난 전세주택 역시 언젠가는 월세로 전환될 것입니다. 전세가격의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입니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어요. ‘전세’는 사라지고 있는 중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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