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맞춤형 교육 덕분에 취업관문 뚫었죠"

'한국형 도제제도' 일·학습병행제 제1기 수료식

NCS 기반 교육훈련프로 진행

내외부 평가 통과 7명 정식 채용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기업 주도 참여율 제고를" 지적도

기업에서 교육훈련프로그램을 마치고 내외부 평가를 통과해 정직원이 된 박민형(왼쪽부터), 박종명, 강지현, 김지선, 김용남, 홍경환씨가 2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일·학습병행제 제1기 수료식'을 마친 뒤 새 출발을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인력공단

"소극적인 성격이라 평소 근무시간에는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 어려웠는데 수업시간만큼은 마음껏 질문을 할 수 있어서 업무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제부터는 실수를 덜 하는 능력 있는 연구원이 되고 싶습니다."

소프트웨어(SW)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씨에프정보통신 학습근로자 강지현(20)씨. 일·학습병행제 제1기 최우수 학습근로자로 선정된 그는 "학교에서 배운 것과 실무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며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실무 능력을 키울 수 있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능력중심 사회로 만들어 갈 한국형 도제제도인 일·학습병행제가 7명의 수료자를 배출하며 첫 결실을 보였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은 20일 일산 킨텍스에서 '일·학습병행제 제1기 수료식'을 갖고 씨앤엠로보틱스와 비티에스이엔지·씨에프정보통신 등 3개 기업에서 교육훈련프로그램을 마치고 내외부 평가를 통과한 학습근로자 7명에 대해 수료증을 수여했다. 정식 근로자로 채용된 이들은 약간 긴장한 듯하면서도 젊은 청년들답게 회사생활에 대한 기대감에 들뜬 모습이었다. 이번에 탈락한 학습근로자 1명도 1년 범위 내에서 재시험 기회가 주어지며 이와 별개로 해당 기업에서는 정규직원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우수 학습근로자로 선정된 씨앤엠로보틱스의 박종명(25)씨도 "맞춤형 교육을 받으면서 사회 초년생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막막함을 잘 이겨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성실하게 일하고 배우며 기술력뿐만 아니라 관리자로서의 역량까지 갖춘 엔지니어로 성장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기계분야의 씨앤엠로보틱스는 지난 9개월간 900시간 동안 총 4명의 학습근로자를 대상으로 '기술지원·유지보수(PLC·전장·제어·프로그램)'와 관련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교육훈련을 실시했다. 소프트웨어(SW) 분야의 씨에프정보통신은 3명의 학습근로자를 선발해 시스템관리 SW엔지니어 양성을 위한 훈련프로그램을 6개월에 걸쳐 300시간 동안 실시했다. 기계 분야의 비티에스이엔지는 1명의 학습근로자를 대상으로 플랜트엔지니어링 설계·제작·시공 기술자 양성프로그램을 6개월간 600시간의 훈련을 진행했다.


특히 외부평가에서는 학습근로자들이 이론교육뿐만 아니라 교육훈련프로그램을 통해 현장성·실용성 있는 직무능력을 갖췄는지 평가하기 위해 기계·SW산업분야 산업별협의체(SC)가 직접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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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선진사회로 가기 위해 꼭 바꿔야 할 부분이 격차문제인데 그 중 학력 격차가 가장 크다"면서 "NCS가 대한민국 능력중심사회의 뿌리 역할이라면 그 뿌리를 토대로 줄기역할을 해줄 부분이 바로 일·학습병행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000개 이상의 기업이 도입할 정도로 일·학습병행제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첫 수료자가 나옴에 따라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예산도 두 배 이상 확보했다. 더불어 내년에는 고등학교 단계부터 2~3일은 학교에서, 2~3일은 현장에서 일을 배우면서 재학생도 참여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2017년까지 1만 명장을 양성한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남은 과제도 많다.

먼저 근거 법률인 '산업현장 일·학습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 그래야 이번에 받은 수료증이 신 국가자격으로 전환돼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직무능력이 산업계에서 학력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노동법에 준하는 학습근로자 보호와 학습권 보장도 가능해진다. 고용부는 한시적인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체계가 잡힐 수 있도록 조만간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일·학습병행 시스템이 조기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산업계가 더욱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훈련지원에 매달리지 않고 스스로 핵심인재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기업일학습(www.bizhrd.net) 인터넷사이트를 방문하면 학습근로자를 찾는 업체들이 많은데 실제 사람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하소연을 내놓는다.

교육훈련프로그램 개발과정이 오래 걸린 점이나 타이트한 일정에 포기해버린 일부 학습근로자, 기업현장교사 트레이닝의 어려움 등 시범사업과 제도도입 초기에 겪었던 시행착오도 하나둘 개선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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