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미꾸라지, 까르푸, 그리고 흙탕물

[기자의 눈] 미꾸라지, 까르푸, 그리고 흙탕물 홍준석 기자 jshong@sed.co.kr 13일 까르푸의 인수 대상자가 선정됐다. 하지만 우선순위 1곳이 아니다. 동등한 지위의 복수 우선협상대상자 4곳이다. 시장의 예측을 완전히 비껴갔다.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간 셈. 업계는 몸값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또다시 경쟁입찰을 시도하려는 까르푸의 '추악한 몸부림'이라고 공분하고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물 전체를 흐려놓는다'는 말이 있다. 요즘 유통가가 딱 이 짝이다. 까르푸 인수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이 마치 미꾸라지를 잡으려다 온 연못이 흙탕물로 변해가는 상황과 흡사하다. '흙탕물 사태'는 지난해 말 비롯됐다. 롯데의 까르푸 인수설이 시장에 퍼진 것. 하지만 까르푸는 강력 부인했다. '롯데가 고의로 퍼뜨린 악의적인 소문'이라며 공정위에 진상조사까지 요청했다. 서로 짜고 치지야 않았겠지만 돌이켜보면 누군가의 말처럼 '쇼하고 있네'였다. 적반하장도 이만하면 수준급이다. 올 들어 연못은 더 흐려졌다. 매각설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으나 미꾸라지(?)는 용을 쓰며 요리조리 피해다녔다. '모 업체와 접촉을 시도했다' 등 매각 징후들이 포착됐지만 까르푸 사장은 "절대로 그런 일 없다"며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었다. 지난 3월 중순 까르푸가 10개사에 인수의향을 타진한 후 20여일간은 '흙탕물 쇼'의 하이라이트격. 미꾸라지 주연에 이를 노리는 큰 물고기들(유통업체)이 조연으로 등장했고 일부 언론이 각본을 맡았다. 상호비방은 물론 추측성 루머, 언론플레이, 눈치보기 등 볼썽사나운 건들이 어우러지며 연못(시장)은 혼탁해졌다. 미꾸라지도 '나 잡아봐라' 하듯 요동치며 흙탕물을 더욱 더럽혔다. 쇼는 미꾸라지의 예상대로 흥행에 성공했고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무기가 순식간에 용이 된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쇼는 종착역에 다다랐다. 하지만 대상자 발표는 제 멋대로 연기됐고 선정방식도 제 맘대로였다. 이제 미꾸라지는 잡힌 바와 다름없다. 하지만 최종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까지 얼마나 요동치고 몇 차례의 흙탕물 쇼를 더 보여줄지 궁금하다. 입력시간 : 2006/04/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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