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업은행은 조준희 행장 취임 이후 개인고객 영업을 크게 늘려왔다. 위험도가 높은 중소기업 대출이 많아 개인대출 금액이 늘어나면 은행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의 재원인 예금도 마찬가지. 기업은행은 설립 후 수십년간 중소기업금융채권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해왔지만 중금채는 금리가 다소 높다. 자연스레 대출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윤용로 전 행장 때부터 기업은행은 개인예금을 늘리기 시작했다. 조준희 행장 취임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예금 유치에 나섰다. 지난해부터는 방송인 송해씨를 광고모델로 내세우고 공격적으로 예금 유치에 나섰다. 그런 기업은행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게 됐다. 당국이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의 개인 여ㆍ수신 확대 정책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송해 효과 물거품 되나=기업은행의 7월 말 현재 총수신(중금채 포함)은 154조9,559억원이다. 2010년에는 122조원 수준이었던 게 2011년 135조원, 2012년 말에는 149조원대로 올라섰다. 기업은행은 송해씨를 내세워 "기업은행은 기업만 거래할 수 있다고 아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깝다"는 내용의 광고로 유명세를 탔다. 개인고객도 크게 늘어 현재 1,150만명을 돌파했다. 개인영업을 늘리면서 점포 수도 크게 늘었다. 6월 말 현재 기업은행의 지점 수는 652개로 650개인 하나은행을 추월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책금융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기업은행은 가계수신자금을 조달하는 정도로만 가계여신을 운용할 것을 주문했다. 개인이 아닌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운영하라는 것이다. 계열사인 IBK캐피탈은 신기술 및 창업펀드에 참여하고 IBK투자증권 역시 코넥스 등 벤처기업의 직접자금 조달을 지원하도록 했다. 이들 계열사 역시 개인고객보다는 중소기업 및 벤처 지원에 나서도록 한 셈이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안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겠지만 국책은행의 본래 역할을 중시해 개인영업을 문제 삼는다면 여ㆍ수신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산은도 타격=인터넷에서 직접 가입해 우대금리를 주는 산업은행의 다이렉트뱅킹도 앞으로 가입할 수 없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은의 다이렉트뱅킹 이용자가 20만명에 달하는 만큼 기존 고객과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가입을 하지 않도록 하면서 점차 축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민이 봉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2008년 이후 민영화를 위한 수신 기반 확대를 위해 2011년 9월 다이렉트뱅킹을 출시한 산은은 지난해 말 기준 원화예수금 조달 비중이 53%(33조9,550억원)로 산금채 조달 비중(47%ㆍ30조660억원)을 넘어섰다. 7월 말 기준 다이렉트뱅킹 잔액은 9조3,900억원으로 전체 원화 조달금액의 14%를 차지한다. 서민들이 고금리 다이렉트뱅킹을 이용해 얻은 수익이 적지 않은데 당국의 오락가락 정책에 서민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이들 은행의 개인고객 유치를 금지한 까닭은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일반 은행과 시장 마찰을 일으킨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지원을 위한 자금을 시장에서 개인고객 유치에 사용하는 것은 국책은행이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