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내일을 향한 도전들] <1부-2> 뉴 섹터를 찾아라

신성장동력 확보위해 주력사업 틀도 "바꿔"<br>현대차그룹, 우려불구 제철사업 진출 '최적 타이밍'評<br>삼성·SK도 AM OLED·U시티 등 새 비즈니스 개척<br>융복합영역 넘나들며 과거 '문어발 확장'과는 큰 차이


신대륙을 발견했던 ‘대항해 시대’. 시퍼런 바닷물만 보이는 망망대해를 몇 척의 배로 건너겠다고 나선 탐험가들의 심경은 어땠을까. 미지의 땅을 찾아내 천문학적인 부와 명예를 단숨에 거머쥐겠다는 의욕과 이번 출항이 삶의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오랜 기간 탄탄하게 구축해놓은 기존의 활동무대를 두고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려는 기업들의 최근 움직임에도 유사한 모습이 수시로 나타난다. 이들 역시 ‘한발만 삐끗하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을 탐험가만큼이나 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새 비즈니스를 놓고 그렸던 청사진이 멋지게 맞아떨어지면 성장 한계점을 한걸음에 건너뛰는 대도약을 할 수 있다는 기대로 충만하다. ◇과감한 청사진, 혼신의 노력=현대ㆍ기아자동차 그룹이 총 5조8,400억원을 쏟아 부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이곳에서는 자동차 제조만으로는 항상 2% 부족하다고 아쉬워하는 정몽구 회장의 일관제철에 대한 숙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그룹이 일관제철사업에 진출한 사례는 거의 찾기 힘들다. 그만큼 현대ㆍ기아차의 제철사업 도전에 대해 주변에서는 우려도 많았다. 조단위를 넘나드는 천문학적인 투자규모도 그렇지만 포스코라는 맹주가 내수시장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더욱 그랬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 “일관제철소 건설은 한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배가시킬 뿐 아니라 조선ㆍ전자ㆍ자동차 등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2006년 10월27일 당진제철공장 착공식)”이라며 일축했다. 공교롭게도 당진체절소 착공 직후부터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철강수요 폭증으로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정 회장의 도전은 무모한 것이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으로 여겨진다. 안수웅 LIG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공급물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측면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일관제철 건설) 시도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내년 12월 고로1기 첫 가동을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곳을 짧으면 한달에 한 번, 길어도 두 달에 한 번꼴로 방문한다. 과감한 도전만큼이나 치열한 노력을 쏟는 모습이다. ◇‘문어발 확장’과는 성격이 다르다=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업들의 ‘신성장 동력’ 확보 양상은 지향점이나 접근방식에서 과거의 ‘문어발 확장’과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 화질의 반응속도가 LCD보다 1,000배 이상 빨라 ‘꿈의 디스플레이’라고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예상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규모는 올해 4억5,000만달러. 오는 2015년에는 무려 17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은 이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조만간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활동영역을 하나로 묶어 별도법인으로 독립시킨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양사의 사업통합은) 새로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택”이라며 “합작법인은 처음부터 글로벌 단위의 시장경쟁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죽고 죽이는 공룡들의 전쟁을 염두에 둔 착점이라는 이야기다. 기업들의 신성장 동력은 예전의 시선이나 방식이라면 ‘먹음직한 먹거리를 손쉽게 차지하기 위해 단지 울타리의 한 귀퉁이를 허물어 마당을 넓히거나 옆집을 사들여 담장을 허무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는 모습이나 시선은 ‘담장이 없는 무한경쟁의 글로벌 무대를 겨냥’하고 있다. ◇융복합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다=SK그룹은 요즘 최태원 회장을 주축으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도시 세일즈’에 주력하고 있다. 무선기술을 확보한 SK텔레콤과 IT 서비스에 강점이 있는 SKC&C, 도시 설계 및 시공능력을 갖춘 SK건설, 환경과 에너지원 공급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SK에너지ㆍSK가스가 총동원되는 ‘유비쿼터스 시티(U시티)’ 건설을 통해 무한대의 부가가치를 일궈내려는 시도다. 이미 2007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제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올해도 중국 베이징 외곽의 이좡 신도시에 20만2,100㎡ 규모의 ‘베이징 컬처시티(가칭)’ 건설계약을 맺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현재 진행하는 신사업 영역은 주력사업의 틀을 흔들 정도로 광범위하다”며 “종전 주력사업과 연결돼 있으면서도 전공ㆍ비전공을 넘나드는 이른바 ‘컨버전스(융합)의 흐름’이 신사업 진출 전략의 주류로 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총체적인 모습으로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항상 존재하는 뉴 비즈니스를 발견하고 이를 발전시켜간다는 이야기다. 나준호 LG경제연구원 미래연구실 책임연구원은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기존 사업들이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성장한계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보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글로벌 단위의 소비 트렌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사업 한계에 돈되는 사업찾기 쉽잖아…
고민 깊어가는 대기업 총수들
"중장기 전략이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미래 고객을 위한 가치창출 준비가 소홀한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지난 8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그룹 경영진 300여명이 참석한 임원 세미나에서 쓴 소리를 했다. 20여 계열사들의 중장기 전략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 그는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총수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고유가와 원자재 값 폭등으로 대외환경이 나빠지는 가운데 그동안 '황금알'을 낳던 시장이 점차 레드오션으로 바뀌면서 기업들의 발 빠른 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돈이 될 만한 사업을 찾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게다가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내 산업을 보호해주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려는 총수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져야 도약할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신중해야 하는 총수들의 치열한 고민은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 회장의 발언에서도 읽을 수 있다. 그는 21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상반기 해외지역본부장 회의에서 "경영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런 위기를 근본적인 기업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또 "경영진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한 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대외환경이 나빠지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 총수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새 영역 개척을 주문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SK는 아직 '정글'에서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라며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파이를 얻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더 분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7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주관하는 자리에서 "아무리 잘 만든 배도 프로펠러가 부실하면 거친 파도를 헤쳐나갈 수 없다. 한화야말로 대우조선해양의 강력한 프로펠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했다. 이처럼 새로운 성장동력에 목말라하는 총수들의 의지로 국내 M&A 시장 역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끊임없는 혁신 배우자"
기업들 'GE 따라하기'
1년전 차세대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신수종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삼성그룹은 최치훈 당시 GE에너지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을 사장급으로 영입했다. 이를 두고 재계는 "삼성그룹이 제너럴일렉트릭(GE)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삼성뿐 아니라 어지간한 대기업들의 'GE 따라하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GE의 '혁신 DNA'에 기업 최고경영진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고 분석한다. 널리 알려졌듯이 GE의 사업 부문 구조조정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발전설비와 플라스틱 사업으로 성장했지만 지난 1981년 잭 웰치 회장 취임 이후 GE는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변신했다. 현 최고경영자인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플라스틱 사업을 이미 매각한 데 이어 보험사업의 일부도 팔아버렸다. 최근에는 가전 부문 매각도 서두르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성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환경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상상력으로 출발한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 사업으로 GE는 2006년 12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GE처럼 끊임없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CEO의 덕목은 무엇인가. 이멜트 회장은 "훌륭한 CEO의 덕목은 변화를 주도하는 능력과 다음 세대의 리더를 길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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