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0월20일] 대장정(大長征)


[오늘의 경제소사/10월20일] 대장정(大長征) 권홍우 편집위원 1935년 10월20일, 중국 산시성 옌안(延安). 홍군(紅軍) 병사 7,000여명이 몰려 들었다. 지치고 헐벗고 굶주렸어도 병사들의 함성은 천지를 뒤흔들었다. 살아 남았다는 안도감과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현대 중국의 초석인 대장정이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산술적으로 본다면 장정은 공산군 군대인 홍군의 명백한 패배. 장제스의 국민당군이 70만 병력을 동원한 포위섬멸전에 압도당해 중국 남부의 근거지인 장시성 루이진(瑞金)에서 대탈출을 시작할 때 병력 8만6,000명이 12분의1도 안될 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국민당도 승리를 자축하며 공산군을 박멸했다고 여겼지만 커다란 착각이었다. 368일 동안 국민당군과 지방 군벌과 싸우면서 11개 성을 통과하고 18개 산맥과 17개 강을 건너 2만5,000리를 뚫고 나온 병사들은 최정예부대이자 핵심당원으로 거듭났다. 더 큰 소득은 씨앗을 뿌렸다는 점. 장정을 통해 2억여명의 농민을 만난 홍군은 약탈 등 민폐를 일삼았던 국민당군이나 군벌과 달리 농민을 보호하고 계몽하려고 애쓴 결과 대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어냈다. 불과 한줌밖에 살아 남지 못했던 홍군이 결국 중국 대륙을 차지한 것도 장정에서 파종한 씨앗 덕분이다. 장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 개혁과 개방이 가속되면 될수록 중국 지도부는 장정의 정신을 되살리려 애쓴다. 과거의 회상을 넘어 미래를 열어나갈 불굴의 의지를 상징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홍군이 추위와 질병ㆍ기아 속에서 걸었던 장정의 행군로에는 요즘 서부대개발이 한창이다. 우주선과 통신위성을 발사하는 중국제 로켓 시리즈의 이름도 한결같이 ‘장정’이다. 세계시장은 물론 우주까지 장정으로 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대장정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오싹해진다. 입력시간 : 2007/10/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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