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지개 켜는 공모주 시장 두드려 볼까

의료·IT·방송장비 등 다양…기관투자가 분위기도 우호적<br>■ 이달 공모청약 6개 기업 들여다보니


●포티스, TV용 셋톱박스 수출 위주… 해외 선주문도 밀려
●아이센스, 혈당측정기기 제조업체… 희망공모가 가장 높아
●우리이앤엘, 태블릿PC·노트북용 패키지·라이트바 등 생산
●코렌텍, 정형외과용 인공관절 전문… 지난해 미국시장 진출
●아이원스, 글로벌 기업 에드워드에 진공펌프 부품 공급 계약
●지디, 디스플레이 패널 슬리밍 사업… 아바텍 등이 경쟁사


자영업자 김모씨(51)는 지난해 7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앞둔 AJ렌터카의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다. 김씨는 당시 700만원을 청약했고 일반공모 청약경쟁률이 0.23대1로 미달되면서 신청한 1,000주를 모두 받았다. AJ렌터카는 상장 첫날 공모가(7,000원)보다 낮은 6,160원에 마감되며 투자 수익률이 10%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AJ렌터카가 경제불황에도 실적이 꾸준히 성장하는 업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말 김씨의 주식계좌에 찍힌 AJ렌터카의 수익률은 44.74%였다.


직장인 최모씨(35)도 지난해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일본 전자지급결제업체 SBI액시즈의 공모주에 투자했다. 최씨는 2,000만원을 청약했고 당시 일반공모 청약경쟁률이 2.4대1에 달해 2,300주를 손에 쥐었다. SBI액시즈는 지난달 상장 첫날 가격제한선까지 오르며 급등했고 결국 연말 수익률은 14.81%를 기록했다.

지난해 공모주 시장은 극심한 침체를 겪었지만 알토란 같은 종목의 경우 투자자에게 쏠쏠한 수익을 안겨줬다. 올해는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증시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연초부터 공모주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달 공모주 청약을 실시하는 기업이 6개에 달한다. 공모주의 옥석을 잘 가려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대해보자.

지난해 공모주 시장은 빙하기였다. 새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고작 28개에 불과했다. 2011년(73개)과 비교하면 40%에도 못 미쳤다. 현대오일뱅크, LG실트론, 포스코특수강 등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대형업체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일정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공모주 시장에도 햇살이 비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모주의 투자 전망도 밝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김성욱 IBK투자증권 기업금융팀 차장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 등으로 공모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기관투자자들의 투자금도 충분해 수급 상황이 양호한 데다 공모가가 낮게 형성되는 분위기여서 투자 수익률도 나쁘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새해부터 공모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6개에 달하며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인공관절 제조업체, 셋톱박스 업체, 디스플레이 패널가공업체 등 다양한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새해 상장 1호로 예정됐던 삼목강업은 업황 악화로 지난 11일 공모를 철회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은 양호한 상황이다. 삼목강업은 지난 10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전체 경쟁률이 40대1로 집계되기도 했다. 삼목강업은 기관투자자의 양호한 청약률에도 불구, 원화 강세 등 자동차업계의 여건이 악화되며 공모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삼목강업은 자동차용 판과 코일스프링 제조업체로 현대ㆍ기아차에 대한 납품 비중이 79%에 달해, 환율 하락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상황이다.

공모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계사년 첫 상장기업이 될 방송장비 제조업체 포티스는 매년 실적 성장세가 꾸준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티스는 이달 17~18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 나선다. 희망공모가는 3,500~3,900원이며 2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포티스는 TV용 셋톱박스 수출 전문기업이며 매년 40%가 넘는 수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1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 2010년보다 각각 60.1%, 70.83% 증가한 495억원, 41억원을 기록했다. 포티스 관계자는 "지난 2006년 회사 설립 이후 셋톱박스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 요청을 한 건도 받지 않을 정도로 품질관리가 철저하다"며 "지난해 새로 선보인 신제품이 해외에서 5,000대 가량 선주문 받는 등 신제품 개발 능력도 우수해 꾸준한 실적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용기기 제조업체 아이센스도 기대되는 공모주이다. 이달 공모 예정인 7개의 기업 가운데 희망공모가 밴드가 가장 높다. 회사측이 희망하는 공모가는 1만6,000~1만9,000원이다. 아이센스는 혈당측정기기 전문제조업체로 지난 2012년 3ㆍ4분기까지 449억원의 매출과 6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혈당측정기 시장이 2015년까지 연평균 14% 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돼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부품업체 우리이앤엘은 24~25일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회사측이 원하는 공모가는 4,900~5,700원이며 다음달 4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우리이앤엘은 태블릿PC, 노트북, 모니터에 사용되는 패키지, 라이트바 등 반도체부품을 제조하는 업체이다. 지난해 3ㆍ4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897억원, 222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이앤엘은 LG디스플레이에 대한 납품 의존도가 높아 공급단가 협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은 리스크로로 지적된다. 또 부채비율도 지난 2011년 241%에서 2012년 3ㆍ4분기 현재 393.8%로 높아진 점이 투자위험요소로 꼽힌다.


의료재료 제조업체 코렌텍와 IT부품업체 아이원스는 나란히 28~29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코렌텍은 정형외과용 인공관절을 개발ㆍ제조하는 업체이다. 인공관절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성장성이 커지는 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지난해 미국법인을 설립해 수출을 강화할 계획이며 터키, 이란, 미얀마, 이탈리아, 몽골, 베트남 등에도 수출 계약을 맺었거나 진행 중이다. 지난해 3ㆍ4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8억원, 12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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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원스는 반도체 전공정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 제작과 디스플레이 장비부품을 만드는 업체로 지난해 3ㆍ4분기까지 379억원의 매출과 6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최근에는 해외 납품 실적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문기 아이원스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펌프기업인 에드워드사와 5년간 진공펌프의 부품을 공급하기로 계약했다"며 "이 분야에서 매년 1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스플레이장비업체 지디는 이달 마지막 공모에 나서는 업체이다. 31일과 2월 1일에 거쳐 일반투자자의 청약을 받은 뒤 다음달 12일에 상장한다. 지디의 희망 공모가는 1만4,500~1만6,500원이다. 지디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얇게 가공하는 슬리밍(Slimming)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이다. 현재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솔브레인, 켐트로닉스, 아바텍 등이 경쟁업체이다. 지난해 11월 코스닥시장에 데뷔한 아바텍은 상장 첫날 공모가(6,300원)보다 66.7%가 높은 1만5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하는 등 강세를 보인 점은 투자에 참고할 만 하다. 지디는 지난 3ㆍ4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02억원, 234억원을 기록했다.






공모가·수급부터 따져봐야

■ 공모주 투자 성공하려면
희망가격 밴드보다 낮고 PER 낮을수록 유망한 종목
벤처캐피탈 보호예수 여부도

강동효기자

공모주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가치는 물론이고 특히 공모가격의 적절성과 수급 상황 등을 우선적으로 따져 봐야 한다.

공모가격은 보통 기관들의 수요예측을 거친 뒤 상장예비업체와 상의를 통해 결정된다. 희망 공모가격 밴드에서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보다 훨씬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상장한 태양광업체 넥솔론의 경우 희망공모가격 밴드는 6,700~8,000원이었지만 최종 공모가는 4,000원으로 크게 낮춰진 바 있다.

공모가격이 적절한 지 여부는 동종업체와 주가수익비율(PER)을 비교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난해 순이익을 공모전 주식수로 나눠 PER을 구한 뒤 동종업체와 비교하면 가격이 과대평가된 지 여부를 알 수 있다.

PER이 동종업체보다 높게 나오면 공모가가 비싸다는 의미여서 향후 주가 흐름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상장한 CJ헬로비전은 공모가가 동종업체인 현대HCN의 PER보다 높게 책정됐고, 결국 주가는 공모가 아래에서 계속 맴돌고 있다.

수급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증시에 입성한 하이마트와 골프존은 상장 이후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이들 업체는 기관 투자자의 물량이 단기간에 과도하게 풀리며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업체의 경우, 특히 벤처캐피탈의 지분이 상당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벤처캐피탈은 투자기간이 2년 이상인 업체의 경우 주식이 상장되자마자 바로 처분할 수 있고, 2년 미만인 경우 1개월간 보호예수에 묶이게 된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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