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사태는 결국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일단락됐지만 영업 재개, 노사 협의, 이미지 복구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어 경영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 모두 상처만 남아=21일간 지속된 이랜드 사태가 파국으로 끝나면서 이랜드 노사 양측은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상처를 입게 됐다. 회사 측은 우선 뉴코아 강남점과 홈에버 상암점 등의 영업중단으로 40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더욱이 수십일간 계속된 노사갈등과 급기야 공권력까지 투입됨으로써 그룹 이미지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비정규직의 용역 전환, 해고 등 사회적 공감대를 비켜간 무리수를 둬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는 비난의 굴레 역시 피할 길이 요원해졌다. 노조 또한 약자로서 충분한 명분을 얻었으나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3개월 비정규직까지 고용을 보장해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로 협상결렬을 초래했고 점거농성을 푼 뒤 실리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강공책으로 밀어붙여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 자유로워지기 어려워졌다. ◇경영 정상화 시간 걸릴 듯=사측은 노조측과 교섭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지만 노조가 민주노총과 연계해 투쟁을 지속할 예정인데다 직원 사기저하, 매장 복구, 여론 악화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첩첩산중이어서 완전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랜드 측은 이날 “이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새로 구성되는 노조 집행부와 교섭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뉴코아의 외주화 중단과 홈에버의 18개월 이상 근무자의 고용보장, 뉴코아 계약해지자 50~60여명에 대한 채용 등 노사협상 과정에서 양보했던 것들은 보장할 방침이다. 또한 비자발적인 농성 가담자에 대해서는 사측에서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강남점ㆍ상암점 매장은 내부시설이 크게 훼손돼 당분간 영업하기가 어렵고 이랜드 노조의 새 지도부가 21일부터 민노총과 함께 전국 60여개 매장에서 시위와 불매운동 등 봉쇄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어서 파국 사태 이후 역시 낙관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노사 추후 협상 여전히 안개 속=사측의 협상 재개 방침과 관련, 이랜드 노조는 봉쇄 투쟁과 별개로 정식 제안이 온다면 협상 테이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여전해 추가 협상 역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랜드 노조의 새 지도부 대표를 맡은 홍윤경 현 사무국장은 “사측으로부터 아직 교섭 재개 요청을 받지 못했지만 요청이 올 경우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홍 국장은 다만 “3개월 이상 근무자의 고용보장 요구에 대해 반감의 시각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들 일부가 농성에 가담한 상태라 요구조건을 철회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가 3개월 근무자 모두를 무조건 고용 보장해달라는 게 아니라 자연 감소 인원도 있고 회사가 포용할 수 있는 수준도 있는 만큼 합리적인 선에서 절충점을 찾기를 바란다며 다소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사측에서 추진하는 홈에버 비정규직의 외주화, 직무급 전환 등 몇몇 항목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