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5월 개정돼 올해로 3년째를 맞는 '국회선진화법'. 다수당의 법안 날치기 통과를 막고 의사진행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만 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는 주범으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얻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에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서비스발전기본법이다. 2012년 7월 정부가 발의한 이 법안은 5년마다 서비스산업 발전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산업에 재정과 금융·세제혜택 등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3년째 국회에 방치돼 있다. 고용촉진 효과가 큰 서비스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의지는 야당이 의료 민영화 우려 등을 이유로 법안 논의를 꺼리는 통에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 법안의 19대 국회 통과도 불투명하다. 선진화법에 따라 쟁점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려면 해당 상임위원 또는 전체 국회의원 5분의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야당 동의가 없으면 어떤 법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는 뜻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베노믹스가 그나마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입법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라며 "국회선진화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결국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던 일본과 같은 깊은 침체의 터널로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국회선진화법의 탄생 이후 야당의 다른 법안 연계처리 현상이 일상화되면서 쟁점 법안처리가 늦춰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 건의안 제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안 등 5월 공무원연금법 개정 과정에서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켰던 안건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경제활성화법 중 하나인 관광진흥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각각 최저임금법·사회적경제기본법에 패키지로 묶여 옴짝달싹도 못 하고 있다.
갈수록 떨어지는 정책의 질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책을 만들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자조감에 관료사회에서 국회 통과가 수월한 의원입법에만 매달리는 현상이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해관계자들의 청부 입법이 대부분인 의원입법 법안에 공무원들이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19대 국회 전반기에 의원입법 발의 수는 1만1,621건으로 이 가운데 가결된 법안은 753건으로 6.5%에 불과했다. 이전 회기보다 발의 건수는 배 이상 늘었지만 가결률은 절반 이상 줄었다. 가뜩이나 세종과 서울 여의도를 오가며 국회 일정에 대응하는 상황에서 품질이 높은 정책을 만들기는 요원하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회가 정치적 치적 쌓기와 포퓰리즘에 매몰돼 경제 문제를 정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며 "국회가 기업가 정신을 잘 북돋워 나라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