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27일] 대기업·中企 구조적 문제 해결을

국내 완성차 업체의 2차 협력업체인 A사의 숙원은 도요타나 GM 같은 해외 자동차 업체와 거래하는 것이다. 이 업체는 외형, 기술 수준 모두 국내 완성차 업계 덕분에 성장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몇 년 전부터는 '국내 업체에만 매달려서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갑과 을'의 한계에서는 더 이상 기업 활동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A사 직원들은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한곳이 계열사를 강화해 일관체제를 구축,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한다는 얘기가 신문에 나올 때마다 씁쓸한 입맛을 다신다. 소재ㆍ부품ㆍ물류 등을 그룹 내에서 해결하려면 막대한 비효율이 발생하는데 이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협력업체들에 더 박하게 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ㆍ중소기업 관계를 경고하고 나서자 대기업들은 일제히 "상생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크게 세가지 입장을 나타낸다. 첫째는 해외시장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고 셋째는 억울하다는 심정이 그것이다.. 세가지 속내 중 글로벌 경쟁력과 기업활동 위축은 늘 듣던 얘기라 새로울 것도 없다. 대기업 혁신을 요구하는 사회의 지적이 나올 때마다 재계는 '해외시장에서의 전쟁'과 '기업활동 활성화'를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했다. 여기에 시도 때도 없이 '위기론'을 양념 삼아 훌륭한 방어논리를 만들고는 했다. 이번에 새로 등장한 "억울하다"는 입장은 그 배경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경제위기 직후 대기업들은 국내에서 일자리 나누기, 인턴십 확대, 인적 구조조정 최소화 등을 이끌었고 밖에서는 해외기업과의 피나는 경쟁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그 공로를 인정해주기는커녕 왜 갑자기 최근의 성과를 '중소기업을 쥐어짜서 이뤄낸 것'으로 평가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당한 대가와 공정한 거래관행"이라면서 "왜 대기업이 더 베풀지 않느냐는 식으로 논점을 흐리면 곤란하다"고 잘라 말했다. 대기업ㆍ협력업체가 함께 노력해 확보한 열매의 우선적 처분권을 대기업이 갖고 중소기업은 늘 선처만 기대해야 하는 구조는 이제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제는 한국 사회에 누적된 피로와 같다. 이 대통령의 지적이 구조적 문제를 파고들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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