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음향기기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K사장은 요즘 속절없이 떨어지는 환율만 바라보며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이 회사는 연초 미국 바이어와 수출협상을 진행할 때만 해도 적정환율을 1,150원으로 보고 계약을 맺었지만 지금은 환율이 1,110원대에 머물러 올해 이익전망도 불투명해졌다. K사장은 "환율 1,150원일 때도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이익률이 불과 몇 %에 지나지 않았다"며 "현재 환율로는 이익률이 3~4%나 더 떨어져 이익을 다 포기하고 수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중소기업들의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이미 감내할 수 있는 환율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돼 적자수출에 나서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수출보험공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1,134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이 1,090원으로 현재 환율(1,110원대)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과 달리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손실을 감수하면서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수출보험공사가 지난 2008~2009년 수출보험을 이용한 기업 가운데 42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들의 통화별 손익분기점 환율은 달러 1,132원, 엔화 1,185원, 유로화 1,574원으로 조사됐다. 수출대금 결제통화는 달러화가 87.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수출규모가 클수록 손익분기점 환율은 낮았다. 대기업 22곳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1,090원으로 중소기업 401곳의 평균보다 44원 낮았다. 대기업을 포함해 수출실적이 1,000만달러를 넘는 101곳의 손익분기점은 1,119원으로 수출규모가 1,000만달러 이하인 322곳의 1,136원보다 17원 낮았다. 결국 수출규모가 작을수록 원화강세에 더 큰 충격을 받는 셈이다. 업종별로도 차이가 컸다. 컴퓨터업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1,100원으로 가장 낮았고 통신기기(1,112원), 석유화학(1,115원), 자동차부품(1,127원) 등은 1,100원대를 기록했다. 반면 섬유의류와 가전은 각각 1,140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철강ㆍ기계(1,136원), 반도체(1,130원)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또 응답 기업의 절반을 넘는 53.4%가 환위험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위험 관리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환율 전망을 할 수 없어서'가 51.3%로 가장 많았다. 수출규모별로는 수출실적 1,000만달러 미만 기업 가운데 환 헤지를 하는 곳의 비율이 38.2%로 1,000만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기업(73.3%)의 절반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