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2월19일] <1272> 크리스마스 캐럴

‘얼마나 팔릴까.’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는 새 책의 판매 결과를 초초하게 기다렸다. 불우한 환경을 딛고 필명을 얻은 것은 물론 가난에서도 벗어났지만 장기간의 미국 여행으로 돈이 고갈된 상황. 만삭의 아내는 다섯번째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다시금 채무자로 전락할 위기에서 한달여 만에 급하게 써낸 80쪽 분량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출간이 1843년 12월19일. 결과는 대박이었다. 일주일 만에 초판 인쇄 6,000부가 동났다. 구두쇠 ‘스크루지’의 회개가 담긴 이 소설은 시간적ㆍ지리적 공간을 넘어 성탄 시즌이면 연극이며 TV를 통해 해마다 등장한다. 공전의 히트에 고무된 디킨스는 크리스마스에 푹 빠졌다. ‘크리스마스 캐럴’ 출간 이듬해인 1844년 ‘종소리’에 이어 1847년 ‘유령에 시달리는 사나이’까지 해마다 한 권씩 ‘크리스마스 시리즈’를 내놓았다. 디킨스의 성탄절 시리즈는 이기심과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상류층에 대한 비판과 서민들의 애환을 그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검약과 나눔의 정신도 강조한다. 두번째 나온 ‘종소리’는 특히 경제학자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제학자들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에 빠져 소외된 계층을 외면하고 있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당시 유럽 전역에서 유행했던 낭독회에서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시리즈물 가운데 가장 애착을 갖고 읽어나간 소설도 ‘종소리’라고 전해진다. ‘크리스마스 캐럴’ 출간 165주년. 거리에는 어김없이 캐럴이 울리지만 과연 ‘하늘에 영광이, 땅에는 평화’가 충만할까. 경제가 어렵고 양극화 현상이 깊어져서 그런지 크리스마스 시리즈를 통해 디킨스가 뿌린 메시지가 가슴에 더욱 와 닿는다. ‘가진 자는 회개하고 없는 자는 희망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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