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리빙 앤 조이] 하늘과 맞닿은 太白… 그 이름처럼 희다

■국내 유일의 고원도시 강원도 태백<br>매봉산 풍력발전단지 이국적 풍광<br>스노우래프팅·개썰매 등 이색체험

태백산 눈축제 개썰매

강원도 태백(太白)은 태백산에서 따온 이름으로 우리말로 그대로 풀면 '크게 밝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때마침 2010년 신년초에 찾은 국내 유일의 고원도시 태백은 이름처럼 온 도시가 흰 눈으로 뒤덮인 채 밝게 빛나고 있었다. 태백은 한반도의 중추이자 반도 이남의 산맥을 거느리고 강하가 발원하는 국토의 뿌리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뻗어 내려오는 백두대간의 허리에 해당하는 동시에 한강과 낙동강, 오십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평균 해발 700m로 우리나라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있는 마을 태백은 사계절 다 아름답지만 특히 그 중에서도 온 마을이 새하얗게 옷을 갈아입는 겨울은 말 그대로 '백미(白眉)'다. ◇흰 옷으로 갈아입은 민족의 영산= 오대산이 '명산(名山)', 설악산이 '가산(佳山)'이라면 태백산은 '영산(靈山)'이라고 불릴 정도로 태백산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영험한 기운을 지닌 산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삼국사기를 비롯한 옛 문헌에서는 '신라 때 태백산을 3산5악(三山五岳) 중의 하나인 북악(北岳)이라 봉하고 왕이 친히 제사를 받들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지금도 매년 1월 1일이면 전국의 인파들이 태백산으로 몰려들어 태백산의 영험한 기운을 받으면서 새해 소원을 빈다. 태백산은 해발 1,567m에 달하는 웅장한 규모 때문에 지레 겁먹기 쉽지만 비교적 산세가 완만하고 위험한 구간도 없어 누구나 산행하기에 좋다. 특히 전체 등반객의 40% 이상이 겨울에 몰릴 정도로 겨울철 눈꽃 산행이 유명한데 그 이유는 눈이 많고 바람이 거세 곳곳에서 아름다운 눈꽃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초보자들도 쉽게 산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백산 등산은 유일사 매표소 입구에서 출발해 유일사와 장군봉을 거쳐 천제단에 오르는 '유일사코스(4kmㆍ2시간 소요)'와 당골광장에서 반재, 망경사를 지나 천제단에 도달하는 '당골코스(4.4kmㆍ2시간30분 소요)', 당골광장~제당골~문수봉~천제단의 '문수봉코스(7kmㆍ3시간30분 소요)' 등을 포함해 모두 6가지 코스가 있지만 등산객들은 유일사코스로 올라 당골코스로 내려오는 길을 가장 애용한다. 태백산을 오르다 보면 화려한 계곡이나 기암괴석은 볼 수 없지만 누구든지 감싸안을 것만 같은 순박하고 푸근한 매력이 느껴진다. 겨울철 매서운 추위에도 전국의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태백산으로 이끄는 건 바로 앙상한 나뭇가지를 새하얗게 덮은 눈부신 눈꽃. 눈꽃 사이를 걷다 보면 마치 눈의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이 절로 든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朱木)들이 모여있는 대단위 주목 군락지는 태백산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겨울엔 말라 비틀어져 죽은 듯 보이지만 봄이 오면 푸른 새싹이 돋아난다는 강인한 생명력의 주목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힘찬 기운이 샘솟는다. 2시간여의 등산코스를 거쳐 드디어 정상에 다다른 순간 오랜 역사 동안 하늘과 인간을 이어온 천제단이 등산객들을 반긴다. 일출시간에 맞춰 태백산에 올라 백두대간의 능선을 뚫고 솟구쳐 올라오는 장엄한 태양을 보는 순간 황홀경에 빠져들게 된다. 당골광장 방면으로 산을 내려오다 마주치게 되는 망경사 입구의 우물 '용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1,470m)에서 솟아나오는 샘으로 국내 100대 명수 중 가장 차면서 물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자연을 간직하다= 태백은 고산지대라는 지리적 특성만큼이나 도시 곳곳에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하늘과 맞닿아있는 마을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해발 1,000m에 자리한 산촌 귀네미마을.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의 형세가 소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태백 쪽에서 올라오는 외길을 제외하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귀네미마을은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에 광동댐이 생기면서 지난 1988년 수몰지역에 살던 37가구가 집단으로 이주해 생겨났다. 8월말에서 9월초 사이 배추 수확철이면 이곳에서 자란 고랭지 배추들이 마을 전체를 푸르게 물들이는 장관을 연출한다. 해발 1,303m 매봉산 정상에 자리한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는 네덜란드의 풍차마을 부럽지 않다. 정상 부근에서 바람을 가르며 돌아가는 8대의 풍력발전기는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통해 연간 2만4,840MW의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거센 바람 때문에 이름붙여진 '바람의 언덕'에 서면 약 40만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고랭지 배추밭에 흰 눈이 가득 덮인 산촌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에서 감상하는 일출도 빼어나다. 첩첩이 가로 선 산맥 사이로 동해바다에서 떠오르는 일출은 동해안 바닷가나 태백산 정상보다 더 먼저 볼 수 있다. 승용차로도 정상까지 오를 수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올 만하다. ◇겨울동화 같은 환상의 눈 세계= 태백의 겨울을 만끽하고 싶다면 오는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열리는 '2010 태백산 눈축제'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태백산 눈축제는 '겨울동화 이야기 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주제에 맞춰 세계의 신화, 나니아 연대기, 걸리버 여행기, 인어공주, 백설공주와 난장이, 스머프와 친구들 등 우리들에게 친근한 동화 속 세계를 눈과 얼음으로 화려하게 재구성한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겨울축제로 손꼽히는 '하얼빈 빙등제'를 수놓은 중국의 눈 조각 전문가들이 이달초 방한, 멋진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한창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역대 눈축제 중 가장 거대한 규모인 높이 4m, 최대 길이 50m에 달하는 눈 조각을 비롯해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웅장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보고 즐기는 것을 뛰어넘어 겨울을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행사들도 마련된다. 장장 50m 길이의 언덕을 보트를 타고 내려가는 스노우 래프팅과 시베리안 허스키들이 힘찬 구령에 맞춰 쏜살같이 끄는 개썰매는 태백산 눈축제만의 자랑거리다. 개막일인 22일 오투리조트 스키하우스 앞 야외광장에서 열리는 '5,000인의 눈싸움대회'는 백호와 청룡, 두 개 팀으로 나눠진 참가자들이 상대편의 박을 터트리는 게임으로 세계 기네스 기록에 도전한다. ◇숙박과 대표 음식= 지난 2008년 태백시 황지동에 문을 연 오투리조트는 10층 규모의 타워콘도와 4층짜리 빌라콘도 등 총 424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부대시설로는 27홀의 골프장, 총 길이 15.1km의 슬로프 12면과 리프트 5기, 곤돌라 1기 등의 스키장도 있다. 특히 초보자들도 해발 1,420m 정상에서 활주할 수 있는 3.2km 길이의 긴 초급자용 코스는 오투리조트가 자랑할만하다. 스키하우스 옆으로는 160m 길이의 눈썰매장도 설치돼있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 고산지대인 태백은 한우가 유명하다. 태백산 고원 준령초원에서 약초를 먹고 자라 육질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인 태백 한우는 탄광촌의 지역 특성에 맞게 연탄불에 석쇠를 깔고 구워먹는 맛이 일품이다. 한우와 함께 태백을 대표하는 또 다른 음식은 닭갈비. 태백 닭갈비는 다른 지역과 달리 고구마, 부추, 떡, 냉이를 비롯해 쫄면이나 우동, 라면 사리 등의 부재료를 육수와 함께 넣고 끓여먹는 방식으로 기름기가 적고 맛이 담백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