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벌 양도차익 '확대해석' 과세는 위법"

신주인수권 차익 총수에 승소 판결

구(舊) 세법상 신주인수권 양도소득은 과세 대상이 아닌데도 법 개정 후 바뀐 규정을 확대 해석해 재벌 총수에게 뒤늦게 과세한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당국은 법 개정 직전 규정 미비를 틈탄 신주인수권 거래로 양도차익을 챙긴 재벌 총수에게 세금을 매겼지만 법원은 원칙에 입각해 요건을 지키지 않은 처분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제일제당(현 CJ)은 1997년 이사회를 열어 액면가 1억원짜리 신주인수권부사채(BW) 500장을 발행했고 사채는 2개 창업투자 회사가 250억원어치씩 인수했다. 이재현(46) CJ그룹 회장은 이 중 창투사 한 곳에서 BW 일부를 인수한 뒤 1999년12월20일부터 나흘 간 신주인수권 50장(액면가 50억원)을 모 증권사 등 4개 회사에 180억원에 양도했다. 그러나 당시 소득세법과 동법 시행령은 양도소득 과세대상을 `상장 주식 또는 출자지분 중 일정 요건을 갖춘 주식 등의 양도로 인한 소득'이라고만 규정할 뿐 신주인수권은 포함이 안 돼 이 회장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이후 금융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세법 개정의 필요성에 따라 1999년 12월31일 소득세법 시행령이 개정돼 비로소 신주인수권 양도소득도 과세 대상이라는 규정이 신설됐고 세무 당국은 구 소득세법상 `상장 주식'에 신주인수권도 포함된다며 2004년 이 회장에게 1999년분 양도소득세 42억여원을 내라고 처분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김성수 판사는 이재현 회장이 "1999년에 이뤄진 신주인수권 양도차익에 대해 2004년 내린 42억여원의 과세 처분을 취소하라"며 중부세무서를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신주인수권은 주주권과는 별개 권리로서 주식과 독립해 양도할 수 있는 점, 신주인수권 양도는 정관이나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한 점 등을 보면 주식은 주주의 지위를 뜻하는 권리인 반면 신주인수권은 채권적 권리에 불과해 법률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주인수권 양도 당시 시행된 구 소득세법과 시행령은 신주인수권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가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과세 규정을 신설했다. 따라서 당시 세법이 규정한 `주식 등'에 신주인수권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내린 피고의 처분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 위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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