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뒤늦은 물가잡기…환율·금리 요동

당국 말 한마디에 환율 급락…세자릿수 재진입 가능성도<br>금리는 상승세로 "대출이자 부담등 서민가계 또다른 위협"


금융시장이 고물가 쇼크에 휘청거릴 정도로 최근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은 ‘인플레이션 장세’로 축약된다. 수급에 의한 움직임이 아니라 당국의 물가안정을 위한 보폭에 따라 환율과 금리가 춤추고 있는 것. 시장에서는 환율하락으로 물가부담은 다소 덜겠지만 금리상승으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이 물가급등ㆍ소득감소 고통에 더해 서민가계의 또 하나 주름살이 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당국의 힘’에 의해 춤추는 환율=최근 외환시장은 철저하게 외환당국의 정책 스탠스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물가부담을 감안해 고환율정책에서 후퇴함에 따라 환율도 이에 맞춰 하향세로 돌아선 것. 지난주 정부의 매도 개입 후 불과 6거래일 만에 40원가량 급락했다. 1,057원까지 치솟던 상황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을 순식간에 오간 셈이다. 이날 환율하락도 마찬가지다. 전일 소비자물가 상승률 5% 육박 소식에 따른 물가부담으로 1,020원대로 급락했던 환율은 장 초반 매수 분위기가 짙었지만 최중경 기획재정부 1차관의 “물가안정에 올인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순식간에 급락세로 뒤바뀌었다. 당국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환율이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권우현 우리은행 과장은 “환율상승 옹호론자로서 외환당국의 수장인 최 차관의 발언이여서 시장 참여자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현 시장은 수급이 아니라 당국자 말 한마디에 투자심리가 지배 받고 있다”고 전했다. ◇환율, 네자릿수 깨지나 지키나=시장의 눈은 과연 환율이 1,000원대가 유지되느냐, 붕괴되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추가 하락을 점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날 최 차관의 발언 역시 물가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원화 강세가 불가피하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 팀장은 “당국의 환율정책 스탠스 변화와 주춤한 유가 급등세,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 5월 무역수지 흑자전환, 중공업의 선박수주 본격화 등을 감안하면 저점을 확인하는 장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권 과장은 “넓게는 1,000~1,025원, 좁게는 1,015~1,020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세자릿수 재진입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재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하락하더라도 1,000선에서 멈출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물가안정 의지를 좀 더 확고하게 내비친다면 하반기 980원까지도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상승, 서민가계 또 다른 위협 변수로=물가충격은 금리도 상승세로 이끌고 있다. 물가 상승률 5% 돌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형국이다. 금리인하론에 힘입어 지난 4월30일 연 4.88%까지 떨어졌던 국고채 3년물의 경우 전일 5.54%까지 급등했다. 한달여 만에 0.66%포인트나 뛴 것. 금리가 5.5%대에 진입한 것은 1월14일(5.53%) 이후 처음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물가부담으로 시장에서 금리인하 기대감은 거의 사라졌다”며 “일각에서는 오히려 금리인상론까지 대두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리가 가파른 상승궤도를 그리자 서민들의 가계대출 이자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표한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인하가 물 건너가면서 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가계의 이자부담이 커질 게 분명하다”며 “물가상승으로 실질소득까지 감소한 마당에 이자부담은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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