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권 지폐 통용 중단.' 달 탐사에 나설 아폴로 11호의 발사를 앞두고 떠들썩하던 1969년 7월14일, 미국 재무부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놓은 발표문의 골자다. 사용이 중단된 고액권은 5개 권종. 남북전쟁 중 처음 발행한 500달러와 1,000달러ㆍ5,000달러ㆍ1만달러짜리 지폐와 대공황기에 시중의 금 회수용으로 발행한 10만달러짜리 보증증서가 공식 무대에서 사라졌다. 퇴장 이유는 두 가지. 주로 정부와 금융회사 간 거액거래에 사용되던 고액권이 결제수단의 발달로 불필요해진데다 위조 등 사기가 빈발한 탓이다. 지금 고액권을 갖고 있다면 사용할 수 없을까. 그렇지 않다. 강제 통용력만 잃었을 뿐 효력은 여전하다. FRB는 고액권이 들어올 때마다 철저한 위조 검증을 거쳐 액면가치대로 현행 최고액권인 100달러짜리로 교환해주며 완전 퇴장을 유도하고 있으나 아직도 물량이 남은 상태다. 수집가들의 선호 때문이다. 2009년 5월 말 현재 1만달러권 336장, 5,000달러권 342장, 1,000달러권 16만5,372장이 남아 장식장에서 잠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매장에서 이들 고액권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권종은 1,000달러권. 전체 수량은 상대적으로 많지만 1890년에 발행된 단 2장의 1,000달러권 중 하나가 2006년 경매에서 2,22만5,000달러에 팔려 미국정부 법정화폐로서는 기록을 세웠다. 나머지 고액권은 액면의 10배를 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관보다 투자를 했다면 보다 높은 수익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요즘의 고액권 달러는 대부분 가짜다. 액면금액이 10만달러를 넘는다면 100% 사기다. 한국에서도 장당 1억달러가 넘는 달러를 들이대는 사기단이 종종 출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