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4%까지 급등했던 국내 물가상승률이 1%대로 급락했다.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이 영향을 미쳤지만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소비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이 물가를 끌어내렸다는 점이다. 디플레의 전조일지 모른다는 얘기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상승했다. 2000년 5월 1.1% 이후 최저치이며 1%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7월(1.6%)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올 2월 3.1%, 3월 2.6%, 5월 2.5%, 6월 2.2% 등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물가 상승세 둔화의 1차 지원지는 농∙축∙수산물과 기름값 안정 등 공급 측 요인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장마 피해가 크지 않아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되는 등 공급 측 불안 요인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심리 확산과 가계부채 부담에 따른 수요 둔화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경기변동에 민감한 공업 제품과 서비스 가격의 하락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 공업 제품 가격이 전월보다 1.0% 하락했고 서비스는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품목별로는 가방이 전월보다 16.1% 급락했고 각종 가정용품 및 가사 서비스도 0.3% 하락했다.
한 증권사의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는 물가상승률을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3% 내외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물가상승률이 1%대로 떨어지는 것은 그만큼 수요 위축이 심각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