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솔루션업체인 포비커의 고종옥 대표는 요즘 밀려드는 개발 의뢰와 투자 요청을 소화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고 대표는 지난해 말 10억원의 엔젤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올들어서도 기관투자자, 벤처캐피털 등 5곳과 투자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단 3명으로 출발했던 포비커는 5년 만에 직원수가 30명으로 불어날 만큼 급성장했고 가족적 분위기에서 벗어나 서서히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등'초기 기업'에서 제법 발전한 모습도 눈에 띈다. 포비커는 지난 2007년 KTF(현 KT)에서 일하던 고 대표를 중심으로 설립된 모바일 솔루션 업체이다. 고 대표는 "당시 미국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도 마찬가지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내가 다니던 회사의 움직임이 느린 것을 보고 의사결정이 빠른 벤처기업에게 유리한 시장이라고 판단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처음 몇 년간은 살아남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외부로부터의 앱 제작 주문이 들어오기는 커녕 시장에서 어떤 운영체계(OS)가 대세로 자리잡을 지조차 예측하기 어려웠다. 포비커는 애플의 iOS는 물론 구글의 안드로이드, 노키아의 심비안,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모바일(WM) 등 다양한 OS에 대한 개발능력을 갖춰야만 했다. 그러다 지난 2009년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포비커도힘찬 비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연매출 1억원도 올리기 힘들었던 작은 기업이 매출 10억원대 기업으로 훌쩍 커버렸다. 신한은행, KT, 피자헛, 아름다운 재단 등 주요 기업들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은 모두 포비커의 손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다. 또한 지난해 10월에는 지식경제부의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프로젝트에서 모바일SW개발업체로 선정돼 3년 동안 1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포비커의 최대 경쟁력은 무엇보다 1세대 모바일 솔루션 기업답게 전문개발사로서 풍부한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같은 안드로이드OS라고 하더라도 화면 크기, 제조사, 버전별로 OS가 조금씩 달라 파편화(segmantation)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한다"며 "하나의 앱이라도 다양한 단말기에서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호환성을 유지하는 게 기술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포비커는 일회성 앱 주문제작 방식의 수익모델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성장 방안을 모색 중이다. 포비커는 지난 1월 일본 최대 온라인쇼핑몰 라쿠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서비스를 위한 스마트폰, 태블릿PC 전용 앱을 출시했다. 포비커는 판매 금액에 대한 수익의 일부를 지속적으로 공유 받는 '러닝 개런티' 방식을 택해 이 부문에서 올해 최소 3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고 대표는 "고객사들 입장에서는 (파편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말기가 출시되고 OS가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개별발주로 앱을 제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를 꾸준히 관리해주는 대신 러닝개런티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다면 지속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포비커는 지난해 10월 아이패드용 잡지 플랫폼 '더매거진(The magazine)' 앱을 론칭하고 태블릿용 콘텐츠 플랫폼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더매거진은 기존 종이 잡지에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더해 아이패드용으로 재구성한 12종의 전문잡지를 제공해 누적다운로드 수 100만건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고 대표는 "아이패드 사용자는 구매력을 갖춘데다 얼리어답터의 성향이 강해 매력적인 소비자층이라는 점에서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들도 많다"며 "이들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잡지 플랫폼 사업"이라고 전했다. 포비커는 종이 잡지를 태블릿PC용 콘텐츠를 제작해주는 대신 잡지사와 광고수익의 일부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달부터는 일부 잡지를 유료화해 콘텐츠 유료판매의 길도 열렸다. 이르면 오는 4월 말 잡지 독자들끼리 자연스럽게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를 토의하고 만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SNS) 서비스를 선보이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한편 고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예비 스타트업 기업가들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라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예전에는 창업이 너무나도 어려웠고 생존의 문제 자체를 고민할 정도였지만 요즘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해 싸울 수 있는 환경이 열리고 있는 만큼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한다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