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이란 딜레마에 빠진 중국


중국 정부가 서방의 군사 공격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이란 핵개발 제재 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8일 국제원자력기구가 보고서를 통해 이란이 평화적 핵산업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핵무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모 군사기지에서 핵폭발 실험을 위한 대형 구조물을 건조했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이에 미국은 곧바로 이란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지역'으로 지정하고 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을 블랙 리스트에 추가하는 등 이란의 에너지 및 금융 부문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도 자국 금융회사와 이란 은행들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켰으며 프랑스는 이란으로부터의 원유 수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해 7월 미국 등 서방의 압박과 설득에 마지못해 이란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유엔 제재결의에 동참했다가 이란으로부터 거꾸로 경제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위협받는 등 곤혹스러운 경험을 갖고 있다. 대외 정책에서 '독립ㆍ자주'와 '불간섭'을 표방하고 있는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압박과 제재로는 이란 핵 문제를 풀 수 없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제재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핵개발 의혹은 인정하지만 실력 행사는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할 수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중국의 제재 반대에는 이란과의 깊은 경제적 이해 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란을 포함한 걸프만 지역으로부터 공급받는 원유는 중국 전체 원유 수입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중동산 수입 석유 중 4분의1이 이란으로부터 나온다. 중국의 전략적 석유 비축상황이 이미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서 걸프만이 전쟁에 휩싸일 경우 중국의 경제적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또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90㎞ 길이의 중동 지역 첫 지하철 공사를 수주하는 등 경제협력 관계도 활발하다. 하지만 미국과 함께 주요2개국(G2)로 불리는 중국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도 중요하지만 대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책임을 지라는 요구도 동시에 받고 있다. 언제까지나 국제사회의' 핵확산 방지'라는 명분을 도외시하고 관찰자적 입장에 머무를 수는 없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 내부에서도 올해 이집트와 튀니지 정권이 무너지고 리비아 철권 통치가 막을 내리는 등 들불처럼 일어나는 중동ㆍ아프리카 민주화 사태를 지켜보면서 국제 평화 추구라는 명분하에 '불간섭'으로 일관하는 대외 정책의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3,500명이 넘는 시위대가 사망해 최악의 유혈사태를 맞고 있는 시리아에 대한 유엔 제재 결의도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중국은 지난 30여년간 개혁ㆍ개방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국제경제에 편입되며 G2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국제사회는 이제 그에 걸맞은 중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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