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발사 성공은 우리나라가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는 동시에 자주적으로 우주개발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음을 국내외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국가위상과 국민적 자긍심도 크게 높아졌다. 위성발사 비용 절감 및 고용 창출, 향후 세계 위성발사 서비스 시장 진입 등 나로호 발사 성공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뒤따를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우주개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로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강국들의 견제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러한 견제를 뚫고 진정한 우주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발사체 기술 자립화를 위한 예산 확충과 전문인력 양성, 민간부문의 우주개발사업 참여 확대를 통한 우주산업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주발사체 독자개발 시급= 우리나라는 발사체 기술이 없어 아리랑위성 1~2호를 비롯해 무궁화위성 1~5호 등 지금까지 개발한 인공위성을 모두 외국의 발사장에서 다른 나라가 개발한 발사체로 발사했다. 여기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나로호는 이러한 국내 위성수요를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기술능력으로 공급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발사체 기술과 발사 경험을 축적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한계도 노정시켰다. 나로호 발사에 사용된 1단 로켓과 자동발사 프로그램을 러시아로부터 그대로 들여오면서 기술이전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나로호 1단 로켓은 내년 5월 2차 발사 이후에는 활용이 불가능하다.
내년 통신해양기술위성 등 앞으로 매년 1기 이상의 인공위성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지만 그 때마다 외국의 1단 로켓을 사와야 한다. 하루 빨리 발사체 기술 자립화를 이뤄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오는 2018년까지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한국형발사체(KSLV-Ⅱ)를 독자기술로 개발할 계획이다. KSLV-II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개발은 내년부터 시작된다. KSLV-II는 높이 50m, 직경 3.3m, 무게 200톤의 3단형 대형 우주발사체로 개발된다.
김승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이번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1단 로켓 기술을 이전받지 못했지만 마음먹고 개발에 착수하면 9~10년이 걸리지 않고도 몇 년 내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2018년 이전이라도 2~3년마다 개발한 로켓을 발사하면서 발사체 기술을 축적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참여 확대로 우주산업화 서둘러야= 2007년 수립된 ‘제1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16년까지 우주개발사업에 약 3조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러한 투자를 바탕으로 2020년과 2025년 각각 달 탐사 위성1ㆍ2호를 쏘아올려 우주탐사에도 적극 나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나로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개발사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높아진 것을 계기로 우주개발 예산과 인력 등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ㆍ재정적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주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나로호와 과학기술위성2호 개발에만 8,000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우주개발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0.03%인 3억달러에 불과하다. 미국의 0.29%, 일본의 0.06%, 프랑스의 0.10%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우주개발사업에 민간부문의 참여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우주기술은 전략적, 공공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 주도로 개발이 이뤄질 수 밖에 없지만 정부의 역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번 나로호 개발 과정에는 총조립, 고체연료 로켓, 발사대 건설, 발사통제시스템 개발 등에 약 160여개의 국내 업체들이 참여했다. 민간의 참여가 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이다.
우주산업은 내열소재, 위성항법,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 타 산업분야로의 기술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리스크가 큰 초기 선행 기술개발은 국가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지만 어느 정도 단계에서는 가격 절감이나 효율적인 역할분담을 위해 민간의 참여가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