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유화업계 '10년 카르텔' 초토화

할인폭 합의해 공장도가 올리면 실거래가 올라<br>기름값 '2개월 담합'에 1兆6,017억원 매출<br>공정위 추산 소비자 피해액 1조8,000억 넘어


석유화학업체의 가격담합이 추가로 적발되고 정유사의 기름값 담합 사실도 확인되는 등 대형 카르텔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대형 카르텔로 인한 소비자 피해액도 급증하면서 가격담합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름값 담합, 어떻게 했나=4개 정유사의 가격담합은 이원적으로 구분되는 석유시장의 특수한 가격결정 구조를 이용한 것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정유사가 대리점이나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의 도매가격은 업체들이 1주 단위로 밝히는 ‘고시 공장도가격’과 하루 단위로 결정되는 실거래 기준가격인 ‘일일판매 기준가격’으로 구분된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04년 4월 SK가 고시한 공장도가격보다 휘발유는 드럼당 7,000원, 등유와 경유는 각각 1만원씩 낮은 가격을 목표가격으로 결정하고 이를 일일 판매의 기준가격으로 채택했다. 할인폭이 합의됐기 때문에 이후 SK의 공장도가격만 인상하면 실거래가격이 자동으로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 이들 업체는 이후 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공익모임을 운영하고 가격정보를 교환하면서 상호 감시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 특정 업체가 다른 업체에 대해 구체적인 가격 비교자료를 제시하면서 합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 같은 2개월간의 가격담합을 통해 4개 정유사는 모두 1조6,017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공정위는 SK㈜ 192억원, GS칼텍스 162억원, 현대오일뱅크 93억원, S-Oil 78억원 등 모두 5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4개사는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초토화된 유화업계 카르텔=10년 이상 공고했던 유화업계의 카르텔은 상호간 불신으로 완전히 초토화됐다. 앞서 호남석유화학이 폴리프로필렌(PP),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담합을 처음 자진신고하면서 유화업계 카르텔의 일부분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호남석화는 PPㆍHDPE에 이어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의 가격담합 사실도 공정위에 자진신고했다. 호남석화가 첫번째로 자수, 과징금 및 검찰 고발 면제 혜택을 받자 LG화학과 삼성토탈ㆍ대림산업이 뒤질세라 에틸렌글리콜(EG) 및 에틸렌옥사이드(EO), 스티렌모노머(SM), 용제용 자일렌ㆍ톨루엔 제품의 담합사실을 공정위에 고백했다. 당초 공정위는 호남석화가 자복한 PEㆍPP 계열의 합성수지 제품만 담합을 조사하려다 유화업계 카르텔이 도미노처럼 붕괴되면서 의외의 수확을 일궈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화업계는 추가 6개 제품의 담합도 94년 이후 사장단 회의 등을 통해 합의,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불황 및 업계 구조조정 등으로 도중에 담합이 깨진 경우가 적지않아 공정위의 과징금 경감 수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비자 피해는 천문학적=대형 업체들의 잇따른 가격담합으로 소비자 피해는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다. 공정위가 20일 발표한 10개 유화업체들의 담합에 따른 관련 제품의 소비자 피해규모(매출액 기준으로 산정)는 무려 1조5,600억원이다. 추가로 적발된 6개 제품의 가격 담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액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이번 적발된 석유제품 담합의 경우도 공정위가 추산한 소비자들의 피해규모는 2,400억원에 달한다. 적발된 담합기간이 2개월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 담합사실이 밝혀질 경우 그 피해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담합이 불러일으킨 피해가 막대한 만큼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의 담합행위는 점차 늘고 수법 역시 지능적으로 변화하는 반면 이를 적발하고 제재하는 당국의 조치는 소비자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난 이후에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담합행위의 유형과 특성상 적발이 쉽지 않고 입증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조사권도 제약을 당하는 등 조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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