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가격 9,400억여원’ ‘해저 1만m 이상의 초심해용’ ‘세계 최초의 내빙 설계’. 삼성중공업이 드릴십 수주에서 또 한번의 쾌거를 올렸다. 삼성중공업은 1일 스웨덴 스테나사로부터 드릴십 1척을, 선박으로는 국내 조선업 사상 최고가인 9억4,200만달러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6억9,000만달러의 드릴십 수주로 세웠던 최고가 기록을 한달여 만에 또다시 경신했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도 “이번 북극해 탐사용 드릴십 수주를 통해 삼성중공업의 앞선 기술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기쁨을 나타냈다. 드릴십은 깊은 바다나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원유를 캐내는 선박형태의 시추설비. 선박의 기동성과 심해 시추능력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해양 분야의 대표적인 성장엔진으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해양설비 중에서도 유독 드릴십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 심해의 석유는 삼성중공업 드릴십으로 캐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다. 현재 전세계 해상에서 작업 중인 드릴십 12척 중 8척을 삼성중공업이 건조했다. 앞으로도 심해 원유 개발 현장에 새로 투입될 드릴십 대부분에는 ‘Made by Samsung Heavy Industries(삼성중공업 건조)’가 선명히 찍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여 동안 전세계에서 발주된 32척의 드릴십 중 23척을 삼성중공업이 만들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무려 72%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해양설비 가운데 특히 드릴십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꾸준한 기술 개발의 결실이라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심해 유전개발은 생산비용이 많아 1980년대 말부터 침체에 빠지면서 드릴십 발주도 1990년대 말을 마지막으로 끊겼다”며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머지않아 심해 유전개발이 재개될 것으로 판단하고 드릴십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의 예측은 적중했다. 대륙붕 지역의 원유 매장량이 바닥을 보이고 지난 몇 년간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면서 세계 오일 메이저들의 관심은 다시 심해로 쏠렸다. 2005년 2척으로 시작된 드릴십 발주도 지난해에는 14척으로 늘었다. 올해는 넉달 동안에만 7척이 발주됐다. 이번 사상 최고가 드릴십 수주 역시 삼성중공업의 독보적인 기술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길이 228m, 폭 42m, 높이 19m 규모로 해수면에서 무려 1만1,000m 깊이 아래로 파내려 갈 수 있는 초심해용. 특히 얼음덩어리들이 많이 떠다니는 북극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세계 최초로 내빙설계가 적용돼 선체 두께가 무려 4㎝(기존 1.5㎝ 안팎)에 달하며 영하 40도의 혹한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모든 기자재들이 보온처리된다. 이밖에도 자동 위치제어시스템 등 각종 첨단 장치가 장착된다. 이 드릴십은 44개월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2011년 말 북극해 지역에 투입될 예정이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은 더욱 밝다. 고유가로 대형 오일 메이저들이 심해 유전 개발에 더욱 열을 올릴 것이 분명하다. 드릴십 등 원유시추설비 용선료가 지난해 초 하루 42만달러에서 현재 50만달러까지 20% 이상 급등한 것은 설비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극지에서 얼음을 깨고 원유를 시추하는 ‘쇄빙 드릴십’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조만간 이곳으로도 자원개발업자들의 손길이 미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