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내 첫 미국식 로스쿨 운영 한동대 가보니

교수-학생 끝없는 실무토론 '후끈'… "주입식 강의 No, 법리적 사고능력 높이자"<br>모의 법정선 의뢰인 보호위한 변론 훈련 구슬땀<br> 지난 2002년 개설후 美 변호사 시험 31명 합격

‘실전 같은 수업.’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로스쿨) 모의법정에서 변호사역을 맡은 조원희(24)씨가 판사역을 맡은 태릭 래드완 교수 앞에서 의뢰인을 위한 변론 훈련을 하고 있다.


국내 첫 미국식 로스쿨 운영 한동대 가보니 교수-학생 끝없는 실무토론 '후끈'… "주입식 강의 No, 법리적 사고능력 높이자"모의 법정선 의뢰인 보호위한 변론 훈련 구슬땀 지난 2002년 개설후 美 변호사 시험 31명 합격 포항=김규남기자 kyu@sed.co.kr ‘실전 같은 수업.’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로스쿨) 모의법정에서 변호사역을 맡은 조원희(24)씨가 판사역을 맡은 태릭 래드완 교수 앞에서 의뢰인을 위한 변론 훈련을 하고 있다. 관련기사 • 국내 첫 미국식 로스쿨 운영 한동대 • 은행원… 주부… "철저한 준비로 꿈 이뤘죠" 국내에서도 오는 2009년부터 ‘한국판 로스쿨’ 시대가 열린다. 미국 변호사 양성을 목표로 지난 2002년 국제법률대학원(미국식 로스쿨)을 개설, 31명의 미국 변호사를 배출한 한동대 로스쿨을 현장취재해 한국판 로스쿨의 앞 날을 가늠해본다. “망명신청을 받았을 때 허가 판단기준은 무엇입니까?”(교수) “정치적 견해, 종교, 인종, 특정 사회그룹 소속, 국적 등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협박이 망명자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준이 됩니다.”(학생) “그렇다면 협박은 주관적 요소만으로 충분히 성립하는 건가요, 객관적이어야 하는가요?”(교수)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있어야 합니다.”(학생) 국내최초로 미국식 로스쿨을 운영하고 있는 한동대(경북 포항) 국제법률대학원 수업 현장. 제1공학관 4층 강의실에서는 이처럼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묻고 답하는 교수와 학생간의 열띤 토론이 장장 3시간 30분간 끊이지 않는다. 국내 대학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판서, 주입식 강의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교수는 학생들이 수업내용ㆍ사례 등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더해 조리있게 답변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줄기차게 질문을 던진다. 이른바 ‘소크라테스식 문답법’ 수업방식이다. 난민법을 강의하고 있는 앤 부왈다 미국 변호사는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법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강의 중에는 학생들의 갖가지 아이디어들도 쏟아졌다. 부왈다 교수가 중국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방법을 질문하자 “중국 헌법상 위헌문제를 제기하겠다” “인터넷을 통해 중국의 인권침해 상황을 실시간 전세계에 알려 국제여론에 호소하겠다”는 등 학생들의 톡톡 튀는 답변이 이어졌다. 강의실 에어컨 바람은 시원했지만, 교육 열기는 바깥 무더위를 능가할 정도였다. 쉬는 시간에는 학생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전 시간에 있었던 토론을 복기하며 서로의 생각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쳐야 할 점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동대 관계자는 “자율적 토론이 공부의 질을 깊게 한다”고 설명했다. 강의실 수업이 열기를 더했다면, 모의법정은 진지함 자체였다. 학생들은 “모의법정에선 판사 앞에서 의뢰인을 보호하기 위해 변론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 학기부터는 ‘리걸 클리닉’이라는 혁명적인 수업방식도 도입할 예정이다. ‘리걸 클리닉’은 교수와 학생이 한 팀이 돼 법무팀이 없는 중소기업에 계약관계 등 법률자문을 무료로 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업은 무료로 법률자문을 받을 수 있어 좋고, 학생들은 실무를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동대 로스쿨의 교육과정은 미국의 로스쿨과 같다. 형법, 불법행위법, 계약법, 증거법, 미국 헌법 등 필수과목과 국제인권법, 난민법 등 선택과목을 포함해 105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공부만 한다”(조원희씨)고 할 정도로 수업부담이 큰 편이다. 하지만 이처럼 짜임새있는 교육과정 탓에 68명의 졸업생 가운데 31명이 미국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한동대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도입될 국내 로스쿨과 관련 “국내 법조인 양성만을 위한 로스쿨이 아니라, 국제적 실무능력과 감각을 갖춘 법조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한동대 로스쿨은? 국내 대학들이 2009년 개교하는 로스쿨이 국내 법조인을 양성하는 과정이라면, 한동대 로스쿨은 미국 변호사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한동대는 미국변호사협회(ABA)가 요구하는 교과과정을 마련, 2002년 국제법률대학원(로스쿨)을 개설했다. 졸업과 함께 미국의 3개 주(테네시ㆍ미주리ㆍ앨라배마)에서 실시하는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뉴욕주와 워싱턴D.C.는 졸업 후 각각 20학점, 25학점을 현지에서 취득하면 응시자격을 부여한다. 전임교수 12명 모두가 미국 변호사이며, 교수 1인당 학생수는 12.5명이다. 입력시간 : 2007/07/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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