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이스턴 프라미스

범죄자로 살아가는 비밀요원의 고뇌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은 언제나 정당화될 수 있는 걸까. 범죄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경찰이 조직폭력에 잠입해 불법적인 행동을 저질렀다면 과연 이 모든 것이 용납될 수 있을지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더 큰 정의를 위해 작은 악행을 감수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주장은 때론 설득력 있게 들리지만 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묵인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마피아를 다룬 신작 ‘이스턴 프라미스’는 폭력에 대한 이러한 진지한 성찰을 다룬 영화다. 스릴러의 대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연출한 작품으로 강렬한 폭력 장면으로 충격을 준다. 이야기는 14살 러시아 소녀가 런던의 한 병원에서 아이를 낳다가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이 병원의 간호사 ‘안나’(나오미 왓츠)는 죽은 소녀의 가방에서 러시아어로 쓰여진 일기를 손에 넣는다. 그녀는 일기장에 언급된 식당으로 찾아가는데 이곳은 러시아 마피아의 아지트였던 것. 그곳에서 러시아 마피아 조직의 운전수 니콜라이(비고 모텐슨)을 만나 가까워진다. 러시아어를 모르는 안나는 일기장에 마피아 조직의 비밀 내용이 적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사건에 연루된다. 니콜라이는 잔인한 조직원이지만 사실은 러시아 비밀첩보원으로 마피아를 소탕하기 위해 조직에 잠입한 것. 니콜라이는 안나를 도우려 하지만 마피아 조직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거대하기만 한데…. 니콜라이 역의 비고 모텐슨은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으로 출연해 연기력을 인정 받았을 뿐 아니라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이번 작품은 모텐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정도로 그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범죄자로 살아가야 하는 비밀요원의 고뇌를 훌륭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다. 특히 대중 목욕탕에서 상대조직원과 알몸으로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다. 연기파 배우인 나오미 왓츠ㆍ뱅상 카셀ㆍ아민 뮬러-스탈 등이 출연했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전작 ‘폭력의 역사’로 시카고 비평가 협회 등의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작품은 ‘폭력의 연작’ 후속편에 속한다. 11월 개봉, 미성년자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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