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추석별곡

불현듯 어릴 적 추억 속의 내 고향 추석풍경이 떠오른다. 가족 친지와 함께 차례를 지낸 다음 성묘를 마친 뒤 또래 아이들과 철없이 뛰놀던 황금들녘, 뒷동산 대나무를 잘라다가 곱줄을 달아 피라미를 낚던 개울천, 동구 밖 코스모스밭에서 술래잡기하는 중에 탐스럽게 익은 조롱박을 따다가 들켜서 술래가 된 일. 보름달이 떠오르는 밤이면 골목골목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하루 종일 들렸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은 찾아왔다. 여느 때처럼 사람들은 고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추석 연휴기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 숫자가 여름 성수기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차례 대신 여행으로 명절 연휴를 보내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줄지어 해외 관광길에 나설 만큼 씀씀이가 나아진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특이하게도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달러가 되기도 전에 해외여행을 선택한 경우다. 먹고 살기도 만만치 않은 나라에서 명절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겠다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아마 연휴기간이 긴 탓도 있겠지만 추석명절에 대한 개념이 확 바뀐 탓이 더 클 것이다. 갈수록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퇴색돼가는 오늘날의 추석 풍속도가 고향 마니아들에겐 더없이 인생무상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지 않아도 초국적 자본의 힘에 눌려 쌀 개방이 현실화된 처지에서 내 고향 농촌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은 쌀 개방이 앞으로 우리에게 가져올 재앙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특히 햄버거를 즐겨 먹는 디지털세대는 쌀의 가치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농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농가의 생활과 농촌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떻게 아름답게 만들고 풍요로운 환경을 보전할 것인가. 앞으로 농촌을 찾는 도시민을 예전처럼 반길 수 있을지 정말 걱정이 앞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오늘날‘추석 풍속도’는‘경종’을 울리고 있다. 하지만 마음의 고향, 농촌을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앞으로 농촌은 새로운 도전과 더 없는 고통과 더 많은 인내가 동반되는 싸움터이기도 할 것이다. 고향마을의 추석전통과 옛 문화를 올바르고 가치 있게 재창조하기 위해서는 명절 때만이라도 내 고향 농촌을 열심히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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