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름값 '오를땐 많이 내릴땐 찔끔' 맞아"

정유업계 '내수마진 적다'는 엄살은 거짓

원유가격이 상승할 때에는 휘발유 가격이 빠른 속도로 많이 오르고 반대로 원유가격이 하락할 때에는 휘발유 가격이 더디게 조금 내린다는 일반인들의 생각이 맞다는 실증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휘발유 소매가격 결정에 관한연구' 보고서에서 석유제품가격 자유화가 실시된 1997년 4월부터 2005년 6월까지 99개월간 휘발유 가격조정의 비대칭성 여부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밝혔다. 가격조정의 비대칭이란 석유제품 가격이 원유가격 상승과 하락에 대응해 다르게 조정되는 것을 말하는데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의 조정액이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의 조정액보다 더 크고, 더 빨리 진행되는 현상이다. 분석 결과 주유소가 정유회사나 대리점으로부터 인수하는 휘발유 도매가격의 경우 1개월전 및 2개월전 원유가격 변동과 도매가격 변동의 상관관계 정도를 의미하는 지표인 조정계수가 원유가격 상승시에는 1.242, 원유가격 하락시에는 0.740으로 나타났다. 원유가격 상승과 하락에 따른 휘발유 도매가격의 비대칭 변동은 전국 16개 시.도 모두에서 매우 일관된 형태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주유소가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휘발유 소매가격의 경우 도매가격 상승시의 소매가격 조정계수는 0.989, 도매가격 하락시 소매가격 조정계수는 0.909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보고서는 휘발유의 소매가격 조정은 도매가격 변동에 비교적 신속하고 대칭적으로 이뤄졌으나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도매가격은 원유가격 변동에 비대칭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원유가격이 상승할 때 휘발유 가격이 더 많이 빨리 오르고, 반대로 원유가격이 하락할 때 휘발유 가격이 더 늦게 조금 내리는 현상은 주유소의 가격결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도매단계 시장참여자인 정유사 또는 대리점의 가격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휘발유 유통경로가 정유회사→대리점→주유소→소비자, 정유회사→주유소→소비자 등 두 가지가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고 대리점에도 정유사 직영 대리점이 많은 점에 비춰보면 사실상 휘발유 가격조정의 비대칭 현상은 정유사에 의해 주도됐다. 국내 정유업계는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기간에 이익이 급증하는 데 대해 수출 마진율 상승에 의한 것이라며 내수 마진율은 물가나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가격 반영을 제때 못해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고 항변해왔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휘발유 가격조정의 비대칭 분석은 그간 진행돼온 휘발유에 붙는 세금의 변화와 상관없이 같은 결론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