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3월 6일] 전통의학의 부활을 꿈꾸며

김기옥(한국한의학연구원장)

고령화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전통의학이 각광을 받고 있다. 21세기는 전통의학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또한 세계시장도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다. 현재 2,000억달러 수준인 시장규모가 오는 2015년 4,500억달러 이상으로 예측되는 등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도 전통의학 이용자 수가 전국민의 50%에 육박한다는 보고도 있다. 현대의학 한계 극복할 대안
그러면 전통의학이 전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19세기 후반 페니실린과 아스피린을 앞세워 전세계 의료시장을 지배해온 현대의학이 여러 가지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병의 증상만 놓고 치료하는 현대의학으로는 환경오염과 스트레스, 잘못된 식습관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긴 만성 질환을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심각하다.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같은 처방으로 치료하는 것도 태생적인 한계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바로 한의학이다. 지난 수천년간 우리 민족과 동고동락을 해온 한의학은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현대의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명확한 대안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의학의 전성기는 15세기와 17세기를 꼽는다. 지난 1445년 우리나라 모든 의서와 150여종에 이르는 중국의 의서를 총망라해 365권으로 구성된 ‘의방유취’ 발간과 우리나라 의학사에 빛나는 불세출의 ‘의성’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이 나온 해가 바로 그 시기이다. 특히 동의보감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할 정도로 우리나라 전통과학기술의 대표적인 유산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이러한 한의학의 융성이라는 온 국민의 염원을 담아 1994년 대덕연구단지에 설립된 우리나라 유일의 한의학 국가연구기관이다. 설립 당시 40여명이었던 인력은 현재 200여명으로 증가했으며 간단한 한약 성분검사 수준이었던 연구역량도 이제는 침ㆍ신약ㆍ의료기기ㆍ진단 등 한의학 전반을 연구하는 종합연구소로 면모를 일신했다. 최근에는 한ㆍ중ㆍ일 등과 함께 경혈 위치와 침의 국제표준 확립을 주도하고 한방신약 개발 등 한의학의 표준화ㆍ과학화ㆍ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간 한의학연구원의 연구개발 성과만 보더라도 한방 비만치료제 개발, 골다공증 예방 및 치료용 소재 개발, 당뇨 및 당뇨합병증 치료제 개발, 지능형 맥진기 개발 등 우수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또한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소와 전국의 한의과대학 및 생명공학연구원 등 출연연과의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동서의학 협력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 메릴랜드대학 등 해외 6개국과의 전통의학 연구개발 관련 국제협력 추진 등 우리나라 한의학의 부활을 위해 일로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개발이 활발할 수 있었던 배경 중의 하나는 연구원이 대덕R&D특구에 입지한 때문이라 할 것이다. 대덕특구는 우수한 연구자, 연구인프라 완비 등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의 접목 및 여러 연구기관과의 최첨단 융복합 연구를 가능하게 해 우리나라 한의학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최적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연구원은 신약ㆍ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인근의 한국생명공학연구원ㆍ한국표준과학연구원ㆍ한국원자력연구원ㆍ안전성평가연구소 등과 공동연구를 벌이고 있다. 한의학 세계화 나서야
특히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는 체질의학ㆍ생물학적ㆍ공학적인 기술의 융합을 통해 체질별 맞춤의학을 구현하는 ‘이제마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예방의학ㆍ맞춤의학을 실현할 계획이다. 현재 세계 전통의학 시장은 세 나라가 3등분하고 있다. 중국이 50% 이상, 독일이 25%, 일본이 15%가량이다. 우리나라는 채 3%도 안 된다. 한의학은 수천년 동안 민족과 동고동락을 하면서 겨레의 건강을 지켜온 검증된 의료체계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한의학은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동북아를 호령한 소중한 기억도 있다. 전통의학의 화려한 부활로 다시 한번 예전의 영광을 찾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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