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흔들리는 주력산업 활로를 찾는다] <중> 새 먹거리 찾아나선 기업들

M·E·S·I·A 산업에 승부… 대·중기 협력체제도 강화해야

LG화학·삼성SDI·포스코 등 배터리 사업 확대

삼성·SKT 의료, 한화·두산 친환경기술 힘쏟아

중기·벤처기업 유망 아이디어 적극 지원·육성을

LG화학 연구원들이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셀을 검사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LG와 삼성·SK 등 국내 주요 그룹이 앞다퉈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분야다. /사진제공=LG화학


지난해 7월 LG전자는 하이브리드 차량 부품과 공조 시스템을 개발하는 자동차부품(VC) 사업본부를 새로 만들었다. LG의 사업군과 맞지 않는 것 같지만 큰 그림을 보면 다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를, LG디스플레이는 중앙정보디스플레이(CID)와 계기판을 생산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차량용 모터와 센서 등 20여종의 자동차 관련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LG CNS는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사업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카와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LG가 자동차 관련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다.


LG뿐만이 아니다. 삼성과 SK·현대자동차·한화 등 주요 기업들은 배터리나 의료·친환경 분야 등에서 새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LG전자를 비롯한 16대 기업이 올해나 내년에 착수할 신규 투자사업만도 28조3,0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신사업의 종류를 지금보다 다각화해 위험을 최소화하고 성장 가능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배터리·의료·친환경 사업 확대 박차=국내 기업들이 새 먹거리 중의 하나로 꼽는 게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미래산업을 바꿀 7대 파괴적 혁신기술로 △웨어러블 컴퓨터 △3D 프린팅 △상황인식 기술 △무인차 △초경량 소재 △유전자 치료제 등과 함께 차세대 배터리를 선정했다.

배터리에서는 LG화학과 삼성SDI의 투자 확대가 돋보인다. LG화학은 중국 난징에 연간 10만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고 4조원이 투입되는 그룹의 서울 마곡 연구개발(R&D) 단지 사업에도 참여한다. 삼성도 그룹의 5대 신수종 사업 중의 하나로 2차 전지를 선정해 투자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R&D 비용으로 1,513억원을 쓴 SK이노베이션도 오는 2017년까지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규모를 연 2만대로 확대한다. 김신배 SK 고문(전 부회장)이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곳이 향후 미래산업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배터리에 대한 SK 측의 관심이 크다. 포스코도 전기차나 노트북, 휴대폰용 2차 전지에 쓰이는 리튬의 생산시간을 12~18개월에서 최소 8시간으로 줄이는 기술의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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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도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의료기기에 관심이 많다. 초음파 검사기기 기업 메디슨을 시작으로 미국 심장질환 진단 업체 넥서스, 미국 이동형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전문 업체 뉴로로지카를 인수한 삼성은 관련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스마트병원 기술을 개발하고 건강관리를 시작으로 원격 의료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2억4,000만달러 수준인 미국의 원격 의료시장은 2018년 20억달러로 8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

태양광을 포함한 친환경 기술도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는 분야다. 한화와 LG 등은 태양광, 두산은 풍력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포스코는 액화천연가스(LNG)를 대체할 합성천연가스(SNG) 생산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도 수소연료전지차와 하이브리드·전기차 같은 친환경차 개발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무인차도 각각 삼성전자·SK텔레콤, 현대자동차가 신사업으로 낙점 지은 분야다.

◇소수 유망업종에 몰리기보다 신사업 영역 더욱 넓혀야=국내 기업들이 성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보완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태양광같이 아직은 위험이 큰 분야가 많고 기존의 사업구조를 완전히 대체할 만한 신규사업을 발굴한 곳은 없는 탓이다. 전기차 배터리만 해도 LG화학 전지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에 불과하다.

신규진출 분야의 사업영역 확대도 절실하다. 지금은 소수의 특정 몇 개 업종에 기업들의 신사업군이 몰려 있다. 이 때문에 향후 국내 기업 간 과당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정책팀장은 "포춘에서 발표하는 세계 500대 기업에 속한 업종은 50개 정도인데 우리는 6개 종류의 업체만 들어가 있다"며 "방위산업과 우주항공·제약산업 등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은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신규진출하거나 강화해야 할 분야로 'M(Medical-bio)·E(Environment-Energy)·S(Safety)·I(Intelligent service)·A(Aerospace)'를 꼽았다. 의료와 환경·에너지, 안전, 지식, 항공산업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원장은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발달했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부족한 분야"라며 "안전산업은 노약자 보호기기와 소방장비·교통안전·군수산업 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연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많다. 주요 대기업의 신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중소기업과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미래산업연구실장은 "중소·벤처기업이 보유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대기업이 키워주고 정부가 제도적인 지원을 뒷받침할 때 대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 전체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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