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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사진) 여사가 가정사를 이유로 미중 정상회동에 불참하는 데 대해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이 자국을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7일 중국 포털 텅쉰 게시판에서 '다탕서지(大唐設計)'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미국의 오만과 무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즈광시우(明智光秀)'라는 네티즌도 "자신감이 없는 행동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중국 언론들은 누리꾼처럼 오바마 여사를 직접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경보는 '오바마 부인의 불참이 외교적 잘못으로 비판 받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과 영국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자세히 소개했다.
신경보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영국 텔레그래프 등의 보도를 전하는 형식으로 오바마 여사가 학기를 남겨둔 딸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가정사를 들어 역사적 의미가 큰 미중 정상회담에 불참한 것은 외교적 결례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앞서 텔레그래프는 '미셸이 중국의 퍼스트레이디를 모욕했다(snub)'라는 기사에서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대중 앞에 화려하게 등장하기를 기대했지만 오바마 여사의 불참으로 이 같은 기대가 산산조각 났다고 지적했다. 또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여사 때문에 신뢰구축을 필요로 하는 미중 간 외교관계가 시작도 전에 퇴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일간지 대공보도 "중국 국민이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완벽을 추구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작은 가정사'로 인해 '국가 대사'를 그르치는 것을 보면서 실망감을 금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여사의 불참에 대한 중국인들의 커다란 실망감은 펑리위안에 대한 중국인들의 높은 인기와 사랑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중국 국민가수 출신인 그는 존재감이 거의 없던 과거 중국의 최고지도자 부인들과 달리 적극적인 대외활동에 나서며 시 주석의 해외순방 때마다 이목을 끌어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오바마 여사의 불참이 자칫 미중 정상회담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오바마 여사의 불참 소식에 중국이 실망감을 느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미국 측이 마련한 계획을 존중한다"고만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