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에서 동식물이 죽듯이 바다에도 죽음이 쌓인다. 해저에 겹겹이 침전된 어패류와 미생물의 사체가 썩으며 발생시킨 메탄가스 역시 가라앉는다. 깊은 바다의 수압에 눌린 메탄가스는 낮은 온도와 만나 바닷물과 함께 얼어붙는다. 이게 바로 메탄 하이드레이트다. 채굴ㆍ분리ㆍ가공기술이 극히 어렵지만 메탄을 분리하면 천연가스와 똑같다. 석유자원 고갈 위기에 각광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천 수억만년 동안 퇴적된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존재를 인간이 알게 된 것은 불과 200년 남짓. 알칼리금속을 발견하고 전기를 빛으로 전환한 험프리 데이비(영국)가 1810년 실험으로 존재를 찾아냈다. 실험실 밖에서는 1930년 러시아에서 발견됐는데 골칫거리였다. 추운 지역에서 자주 막히는 천연가스관을 조사했더니 가스관 안에 물과 메탄이 얼어붙어 있었다. 떼어내 불을 붙이니까 타올랐다. '불타는 얼음'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20세기 후반 들어 각광받기 시작했다. 두 차례의 원유파동과 자원고갈 위기론의 부상 덕분이다.
△동해는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메탄 하이드레이트 매장 지역으로 꼽힌다. 추정매장량이 크고 메탄 함유율이 높은 고순도여서 본격 채굴과 생산으로 이어진다면 요즘 시세의 3분의1~절반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하단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유가 인근 해저에 묻힌 6억t 이상의 메탄 하이드레이트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은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한 국가다. 10일 전 최초로 해저 메탄 하이드레이트에서 가스추출에 성공한 일본은 동해의 매장량을 3년간 본격 탐사할 계획이다. 독도를 더욱 탐내지 않을지 머리털이 선다.
△미래의 청정에너지원이라는 기대와 달리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공멸의 단초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엄청난 수압에 눌린 채 심해의 지하에 갇힌 상태인 메탄을 빼내면 지구 내부의 균형이 깨져 생존환경 자체가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높은 지구온난화 효과를 야기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축복인지 재앙인지는 분명치 않아도 확실한 게 하나 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일본에 한참 뒤졌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