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동 화해바람…지각변동 오나

중동 국가들의 관계 지도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우선 앙숙 관계에 있던 중동 국가들의 화해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1980년 국교를 단절한 이란과 이집트가 조만간 외교관계를 전면 복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터키와 시리아는 6일 사상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적대관계에 있던 이스라엘과 리비아의 관리들도 최근 물밑 접촉을 했다. 변화에 소극적이었던 중동 국가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의 새로운 환경 속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변화의 계기는 미국이 제공했지만 자구책으로 화해에 나선 각국의 계산은 제 각각이다. 이란과 이집트의 국교 회복 임박 모하마드 알리 압타히 이란 부통령은 6일 알 자지라 TV와의 인터뷰에서 “수일 내에 양국 외교관계 재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헤란 시의회는 이날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 암살범 칼리드 이슬람불리의 이름을 딴 도로 명칭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이집트측은 그 동안 관계 정상화의 `선결 조건`으로 이 도로의 명칭 변경을 요구해왔다. 이란은 축출된 팔레비 전 국왕에게 이집트가 망명처를 제공한 데 반발, 외교관계를 단절했었다. 이집트의 아흐메드 마헤르 외무장관은 “아직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양국의 관계 복원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모하메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정보기술 포럼에 참석했다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발전이 중동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합의했었다. 터키ㆍ 시리아 정상의 앙금 털기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6일 터키 앙카라를 방문, 아흐메드 네스데트 세제르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1946년 시리아 독립 이후 양국 정상회담은 처음이다. 양국 정상은 “이라크의 영토적 통합을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라크와 터키, 시리아 등에 흩어져 살고 있는 쿠르드족이 독립국가 건설을 추진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데 이해가 일치한 것이다. 터키는 그 동안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고 시리아는 반미 입장을 고수, 양국은 갈등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스라엘ㆍ 리비아도 비공식 접촉 이스라엘과 리비아의 관리들이 지난해 말 이례적으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났다고 중동 언론들이 6일 보도했다. 이스라엘 TV는 이날 이스라엘 외무부의 고위 관리인 론 프로서가 지난해 12월26일 빈에서 리비아 관리와 회동했고 이 회동을 계기로 이스라엘 대표단이 리비아를 방문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쿠웨이트의 알 시야사 신문도 “빈 회동이 양국간 평화회담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한 뒤 이스라엘은 리비아와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현재 교착 상태에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사이의 평화 협상도 중동지역 재편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관련기사



김광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