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지자체까지 진출? 역주행하는 면세정책

인천시 "시내면세점 확대"… 제주관광公, 운영권 추진

서울시도 사업공략 검토

세계는 대형화로 키우는데 국내는 시장 쪼개기 열올려

공공부문 경영력도 부족… "오합지졸 전락하나" 우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까지 시내면세점 쟁탈전에 가세하면서 면세점 전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공공기관의 성격상 면세사업에 대한 경영 노하우가 미흡한 상태로 뛰어들었다가는 적자경영 가능성이 높을 뿐 더러 면세 사업자의 지나친 다변화로 국제 경쟁력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시는 내년 인천을 찾는 관광객이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며 시내면세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최근 관세청에 인천시내에 건립 중인 면세점 외에 1곳 이상을 추가 지정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안을 제출했다. 이달 중순께는 관세청을 재차 방문한 뒤 국회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전방위로 뛰겠다는 계획이다. '엔타스 듀티프리'는 내년 2월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시내면세점을 연다.

인천시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쇼핑센터가 인천시내에 부족해 인천은 서울 경유지로만 인식되고 있다"며 "내년 유네스코 세계 책의 수도 등의 국제 행사로 관광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시내면세점 추가 유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제주 시내 면세점을 두고서도 국토해양부 산하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제주관광공사(JTO)가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JDC와 JTO는 각각 내국인 상대 제주공항면세점과 중문 컨벤션 센터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제주관광공사가 매각이 추진 중인 중문관광단지 인수를 조건으로 면세점 운영권을 갖는 '빅딜설'이 흘러나오는 등 정부와 제주도간 일정부분 교감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제주관광공사가 중문관광단지를 매입·운영하는 대신에 제주도가 매입 비용을 제주관광공사의 외국인 면세점 수익금으로 충당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관광공사의 면세점 진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제주도가 지난 7일 발표한 '제2차 제주도 관광진흥계획'에서도 시내면세점의 대기업 독점이라는 지역 정서상 지방공기업의 외국인 면세점 진출을 강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관광공사가 시내면세점을 운영해야 하는 당위성과 필요성을 각종 채널을 통해 중앙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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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도 산하기관인 서울관광마케팅을 통해 시내면세점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서울마케팅이 2008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큰 폭의 적자를 내 수익모델이 절실하자 기업체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면세점 사업에 가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 등이 면세 영역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중국인 등 해외 관광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시내면세점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관광객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면세 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이는 오판이라는 게 면세점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수익률이 백화점보다도 낮은 5%대에 불과한데도 언론에서 잘된다고 하니까 공기업까지 뛰어들어 면세업계가 오합지졸로 전락할 수 있다"며 "실제로 시내면세점 가운데 흑자인 곳인 신라와 롯데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공공 부문의 진출은 책임 경영이 쉽지 않아 적자 운영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면세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면세 전문기업의 경영 노하우와 글로벌 제품의 바잉 파워도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늘어나는 해외 관광객을 잡기 위해 중국이나 일본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면세산업을 적극 육성하며 대형화에 나서고 있다"면서 "반면 한국은 경쟁력있는 면세사업자 육성은 커녕 여론에 휩쓸려 쪼개기에 나서고 있고 심지어 특허 입찰을 5년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도록 해 미래 투자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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