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한방에서 사용하고 있는 봉독(벌에서 추출한 독)이 염증과 관련된 유전자를 조절, 관절염 등 염증성 질환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자생한방병원 골관절센터(장형석 부장팀)와 경희대학원 동서의학과 연구팀(경희의대 민병일ㆍ한의대 배현수 교수)은 봉독이 염증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논문(원제:Effects of bee venom on the pro-inflammatory responses in RAW264.7 macrophae cell line)을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에스노파마콜로지(Journal of Ethnopharmacology)’ 5월호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저널 오브 에스노파마콜로지’는 각 나라의 민족의학 중 과학적으로 증명된 논문만 게재하는 국제학술지. 국내에서 봉독 연구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2002~2003년까지 진행한 실험에서 염증을 일으킨 생쥐의 대식세포에 봉독(0.1g)을 증류수 99.9㎖에 희석해 각각 양을 달리해서 투여한 후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염증이 생길 때 증가하는 산화질소의 경우 봉독을 처리한 세포가 그렇지 않은 세포에 비해 최고 15배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봉독이 강한 염증 억제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또 봉독이 염증을 유발하는데 관여하는 유전자(COX2와 iNOS) 발현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동안 봉독은 항염증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효과에 대해서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가 부족했다. 하지만 자생한방병원 등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봉독의 염증 억제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 관련 질환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도 청신호를 제시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장형석 부장은 “봉독요법은 염증성 질환의 대표격인 관절염은 물론, 추간판 탈출증 척추관협착증 등 염증으로 극심한 통증이 수반되는 척추질환 치료에도 활용되어 왔다”면서 “봉독이 염증관련 유전자 기능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보다 근본적인 염증성 질환의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독(蜂毒)이란 벌에서 추출한 독이라는 의미. 꿀벌이 자기 방어수단으로 독낭 안에 갖고 있는 독액으로 무색투명하며 점성이 있는 액체로 강한 쓴맛이 난다. 기원전 2000년경 이집트 파피루스 문서에 벌침이나 죽은 벌을 아픈 곳에 직접 비벼 치료했다는 기록이 있고, 1973년에는 외국 학자가 처음으로 봉독의 항염증 작용을 보고한 이후 몇몇 학자들은 관절염을 유발시킨 관절염 모델에서 봉독이 충분한 치료작용을 한다고 보고했다.
한의학에서는 봉독요법이 통증이나 염증완화는 물론 면역증강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봉독을 사용하는 봉침요법은 벌에서 추출한 봉독을 정제, 주사기로 통증부위에 직접 투약하는 침요법으로 소염진통제와 달리 간손상과 위장장애 등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아 의사나 환자 모두 선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