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발 신용불량자 해법에 고심하고 있는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신용평가회사 사장 시절의 경험을 통해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총리는 지난 85년 국내 처음으로 설립된 신용평가회사인 한국신용평가㈜ 초대사장을 지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6일 “이 부총리의 신용불량자 해법은 상당 부분 한신평 사장시절 경험을 토대로 나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의 이 같은 접근방식은 재경부가 그동안 개인신용평가회사(CBㆍCredit Bureau)를 적극적으로 키워 이들을 통해 개인별 신용을 총괄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는 방침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부터 CB육성을 강조해 왔지만 아직까지 제자리를 못 잡고 있다.
특히 최근 LG카드가 이 부총리와 한신평에서 같이 일했던 서근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다 불발되자 이 같은 관측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 연구위원은 98년 금융감독위원회 구조개혁기획단 심의관에 임명돼 이 부총리와 함께 재벌개혁을 주도한 인물로 이번 사외이사 자리를 개인적인 사정으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총리는 이날 기자브리핑을 통해 “서박사는 기업구조조정의 전문가기도 하지만 금융연구원에서도 신불자와 신용카드 문제를 집중 연구한 이분야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역시 한신평 출신인 이성규 국민은행 부행장의 거취도 주목 받고 있다. 이 부행장은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의 워크아웃을 총괄하는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이 부총리는 “이성규 부행장이 모험을 즐기는 편이라면 서근우 연구위원은 안정 추구형”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이 부총리가 신임하는 이들 한신평 출신의 브레인들로부터 신용카드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정부 당국자는 “CB를 키우기 위해서는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별 금융정보를 CB에 집중시켜야 하는데 현재는 은행권이 금융실명제 등을 핑계로 기피하고 있다”며 “총선후 금융실명법 개정작업도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환위기 직후 이 부총리가 구사했던 재벌 및 은행구조조정기법이 한신평 재직시절에 익혔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신용카드발 위기해법도 그 곳에서 찾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부총리는 과거 “아시아지역을 대표할 신용평가회사 육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었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