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털사커 대신 실리축구로 사상 첫 전승 챔피언 노린다." 네덜란드의 변신은 아름다웠다. '전원공격 전원수비'로 대표되는 토털사커의 네덜란드가 독일식 실리축구로 탈바꿈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예ㆍ본선 전승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아직 월드컵 정상에 오른 적이 없는 네덜란드는 7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그린포인트 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준결승에서 우루과이를 3대2로 꺾어 첫 우승 기회를 잡았다. 지난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결승에 오른 네덜란드는 최초로 월드컵 지역예선(8전 전승)과 본선(6전 전승) 전승의 우승 스토리를 써나갈 기세다. 역대 월드컵에서 우루과이(1930년)와 브라질(1970년ㆍ2002년)이 본선에서 전승으로 우승한 적은 있으나 1934년 지역예선이 도입된 후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우승 트로피를 안은 국가는 아직 없다. ◇32년 만에 결승 오른 네덜란드=네덜란드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였다. 최상의 전력으로 네덜란드를 상대해도 쉽지 않았던 우루과이로서는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의 빈자리가 너무 컸다. 수아레스는 8강전 가나와의 경기에서 골문으로 향하던 볼을 손으로 쳐내 퇴장당했고 1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아 4강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네덜란드와 우루과이는 이날 양팀의 '캡틴' 히오바니 판브론크호르스트와 디에고 포를란이 나란히 중거리 슛을 성공시켜 1대1을 기록하고 후반을 맞았다. 균형은 후반 25분 깨졌다. 네덜란드의 공격수 베슬러이 스네이더르가 때린 슈팅이 상대 수비수 발에 맞아 굴절되면서 골네트를 갈랐고 4분 뒤 아르연 로번이 헤딩슛을 꽂아넣으며 3대1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스네이더르는 다비드 비야(스페인)와 더불어 득점 공동선두(5골)에 올라섰다. 우루과이는 후반 추가시간에 막시밀리아노 페레이라가 만회골을 뽑았으나 시간이 부족했다. ◇과거와의 결별… 이기는 축구가 최고=거침 없는 기세로 월드컵 무대를 평정하는 네덜란드 축구의 성공은 과거를 잊고 새롭게 시도한 변화 덕분이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으로 화려한 공격력이 강점이었다. 한 골 잃으면 두 골을 넣어 승리한다는 공격력 덕분에 '재미있는 축구'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수비 조직력에 문제를 보이면서 월드컵ㆍ유럽선수권대회 등 중요한 대회에서 번번이 결승행이 좌절됐다. 2008년 네덜란드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베르크 판마르베이크 감독은 팀의 색깔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왜 승리 대신 '좋은 축구'에 집착하나. 추하게라도 이길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은 새로 바뀐 네덜란드 축구를 요약한 것이다. 그는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위해 최후방 수비를 보강하고 미드필드진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강조했다. 공격에 가담하는 인원이 줄어들어 전보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수비가 안정되면서 8강전에서 브라질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네덜란드는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덴마크전(2대0 승)을 제외하면 모두 1골 차로 승리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한국을 상대로 5대0 대승을 기록한 네덜란드를 기억하는 국내 팬들에게는 다소 의아한 성적이다. 화려함을 버리고 실리에 눈 뜬 네덜란드가 과연 전무후무한 전승 챔피언의 대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