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첫 백악관주인 끝까지 혼미
美대선결과 예측불허-투표당일 지지율 차이 더 좁아져
43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당일까지 21세기 첫 백악관 주인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선거직전인 6일 여론조사결과는 오히려 더 안개를 짙게 만들고 있다. 막판에 공화당의 조지 W 부시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더 좁아지는 모습이다. 심지어 뉴스위크 조사에서는 지난 3주일간 소폭이나마 우세를 지켜왔던 부시후보가 고어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가 실시되면서 양 후보는 지지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시후보 진영은 지난 10일간 28개 주에서 24만3,000명의 자원봉사자를 동원, 7,000만통의 전화통화와 1억1,000만통의 편지를 통해 지지유권자에게 반드시 투표를 해줄 것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고어후보측도 선거당일에만 10만명의 자원봉사자를 통한 5,000만통의 전화통화와 3,000만통의 이메일을 통해 투표를 권유할 계획이다.
끝까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접전이 벌어지면서 지지유권자들이 얼마나 적게 기권하느냐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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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하루 앞둔 6일 월가의 투자자들은 부시후보의 당선을 점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고어후보가 당선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약주들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날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제약주의 경우 지난주말 부시후보의 음주운전 사건이 터지자 고어후보의 당선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 큰 폭으로 떨어졌는데 이날은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고어후보는 제약회사들이 약값을 너무 비싸게 받는 바람에 의료보험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비판하면서 집권하면 조제약품 가격의 상한선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클린턴 행정부가 반독점소송에서 기업분할 판정까지 내리자 친기업적인 공화당의 부시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공화당 행정부는 반독점 소송에서 훨씬 유연한 입장을 취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도 1.8%나 올라 투자자들이 부시후보의 당선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투자자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뉴스전문 케이블방송인 CNNfn이 주식투자자들에게 대통령을 선택하도록 한 결과, 전체적으로 부시후보가 고어후보에게 두자리 숫자의 압도적 우세를 나타냈다.
업종별로도 오락산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부시후보가 앞섰다. 정유에서는 77대23으로, 방위산업은 67대33, 자동차 64대36, 담배 79대21, 제약 70대 30으로 부시가 앞섰으며 첨단기술주에서도 부시가 58대42로 앞섰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민주당편인 헐리웃의 분위기를 반영한 듯 오락산업에서는 고어후보가 54대46으로 우세를 보였다.
고어후보가 중산층 서민을 위한 대통령을 기치로 내걸며 환경, 복지 등 각종 규제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역대 선거중 가장 많은 선거비용이 지출된 '돈 선거'라는 비난을 면치못하게 됐다. 부시후보측은 그동안 1억3,800만달러를 지출했으며 이중 라디오 및 TV광고 비용으로 5,600만달러를 쓴 것으로 집계됐으며 고어후보도 광고비용 4,150만달러를 포함해 총 9,400만달러를 지출했다.
의원선거도 '돈판'이었다. 사상 첫 퍼스트레이디출신 상원의원을 노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여사는 뉴욕주 상원의원 자리를 위해 2,200만달러를 썼으며, 여기에 맞서고 있는 공화당의 릭 라지오후보는 전국적인 범 공화계의 지원을 받아 3,300만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골드만삭스 사장출신으로 기부금없이 자신의 재산만으로 뉴저지 상원의원자리를 노리고 있는 민주당의 존 코자인후보는 5,000만달러를 지출, 공화당의 밥 프랭크스의 500만달러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코자인후보는 돈으로 상원의원 자리를 살려고 한다는 비난에 봉착, 선거 초반의 압도적우세에서 최근 팽팽한 접전으로 밀리고 있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입력시간 2000/11/0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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