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80만대 생산, 수출 내수판매 해야대우자동차가 미국의 포드자동차로 넘어감으로써 세계 자동차업계에 불어닥친 합종연횡의 새판짜기가 매듭단계에 들어섰다.
대우·삼성차가 브랜드만 유지할 뿐 사실상 외국업체나 마찬가지가 됨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생존전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수시장 방어는 과연 가능할 것인지, 수출신장률은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궁극적으로는 이 엄청난 변화의 회오리를 헤치고 세계적 메이커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등등….
◇내수시장 방어 가능할까=지난 99년 말 현재 국내시장의 규모는 127만대. 이 중 현대차가 57만530대로 44.6%를, 그리고 기아차가 354,106대로 27.7%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합칠 경우 70%를 웃돈다. 그러나 이제 이같은 압도적 우위를 누리는 시대는 과거의 일이다. 삼성차를 거저 줍다시피한 르노가 막강한 경쟁력을 앞세워 2년 내 10% 이상 시장점유율을 장담하고 있는데다 포드를 등에 업은 대우차 역시 예전의 힘을 되찾을 것이 확실시 되는 까닭이다. 대우차는 매각이 구체화된 6월 벌써 시장점유율이 전달의 22%에서 27.5%로 5.5%포인트 뛰어올랐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지금의 시설과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흑자를 내려면 180만대를 생산, 수출 또는 내수판매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생산대수가 180만대 이하로 떨어지면 곧바로 적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 내수시장에서의 점유율 유지는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게다가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99년 말 127만대였던 국내시장 규모는 올 연말 145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결국 살 길은 수출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밖에 없다는 얘기다.
◇해외시장을 공략하라=현대차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는 이런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비록 대우차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다임러크라이슬러·미쓰비시와 함께 월드카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개발해온 월드카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인지도, 미쓰비시의 기술력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또 지역적인 측면에서도 유럽 및 아시아 시장에 분포된 각사의 판매망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파트너는 부품 조달망 공유 전 차종 플랫폼 개발 협력 연료전지 개발 동참 등을 통해 21세기 자동차업계의 과제인 생산비용 절감과 환경친화형 자동차 개발에서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도 그동안 상당한 기술 축적을 이룬 소형차로 아시아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특히 오는 2010년이면 500만대의 수요를 기록할 중국시장은 위에다(悅達)그룹과의 합작으로 우선 2005년이면 30만대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추게 된다. 또 월드카 개발로 연비규제가 강화되는 유럽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어쨌든지 현대·기아차가 앞으로 비교우위를 가진 차종 중심으로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부족한 서비스부문을 보완한다면 세계자동차산업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최원정기자BAOBAB@SED.CO.KR
입력시간 2000/07/0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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