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가인권위 `이라크전 反戰선언`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26일 오전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통해 UN의 합법적 승인을 거치지 않은 채 시작된 이라크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표명해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는 이날 밝힌 의견에서 ▲ 이라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전쟁에 반대한다 ▲ 이라크의 정치사회적 문제가 군사력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한다 ▲정부와 국회가 이라크 전쟁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와 국회가 이라크와 관련된 사안을 반전 평화 인권의 대원칙에 입각해 접근할 것을 권고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국가인권위는 인류가족 모든 구성원의 고유한 존엄성과 평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평화의 기초`임을 천명한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고귀한 임무를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았으며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 국제평화의 유지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는 대한민국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수호해야 하는 국가기구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라크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일방적 침공이 UN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전쟁이며 수십만의 생명을 유린할 수 있는 반인도적 행위임을 비판하는 국제적 여론에 주목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어 "우리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위협받고 있는 세계평화가 곧이어 한민족의 생존에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깊이 우려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정부와 국회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의견을 표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1. 2002년 11월 채택된 UN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해체 불이행에 따른 무력침공을 명시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이 추진 중인 `후세인 제거` 와 관련해서도 무력행위와 간섭행위를 정당화하지 않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UN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의 최고 협의기관이었으며, 미국은 필요할 때마다 UN의 결의사항을 앞세워 여타의 국가들을 압박해 왔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UN의 합법적 승인을 거치지 않은 채 시작된 전쟁에 반대한다. 2. 미국은 이번 전쟁에 최첨단 무기를 총동원하며 이라크 민간인의 희생은 최소한에 머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의 무차별 공중폭격이 시작된 이후 이라크 민간인들의 희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앞으로 본격적인 지상전이 시작될 경우 희생자의 수는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라크 민간인의 무차별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전쟁이 더 이상 지속되는 것에 반대한다. 3. 지금 전 세계는 반전 시위로 들끓고 있다. 대한민국의 700여개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인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 등도 전쟁반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으며, 평화운동의 흐름은 시간이 갈수록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깊이 되새길 것을 촉구한다. 4.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것을 다짐하고 있으며, 헌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서 헌법에 명시된 반전․평화․인권의 원칙을 준수해 신중히 판단할 것을 권고한다. 5. 동서고금의 인류역사가 반증하는 것처럼 인권 없는 평화와 평화 없는 인권은 모두 허망한 착각에 불과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라크의 인권문제를 미국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에 반대하며, 향후 이라크인들이 국제법과 국제인권기구의 협약에 따라 자국의 문제를 평화적․인도적으로 해결하기를 희망한다. 6. 1991년 걸프전 이후 수십만명에 달하는 이라크 민간인들이 질병과 기아로 사망했다. 그해 2월 13일 미군이 바그다드의 한 공습대피소에 떨어뜨린 폭탄에 희생된 민간인 400명 가운데 300명은 어린이였다. 또한 9․11 테러에 대한 보복공격으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무려 13,000여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이렇듯 현대 전쟁은 아무리 과학적으로 진행된다 해도 대규모 희생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세계의 대부분 국가들은 승전국의 실리에 눈길을 보내면서도 패전국의 처참한 현실엔 관심을 쏟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이라크 전쟁의 희생자들이 인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할 것을 촉구한다. 7.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라크 전쟁을 장래의 국익과 인도주의의 관점에서 숙고해야 한다. 이라크 사태는 향후 북한 문제와 직결될 수 있고, 지금의 결정은 한반도의 긴장이 격화될 경우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반전․평화․인권의 원칙에 입각해 이 문제에 접근할 것을 거듭 권고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상의 7가지 원칙에 근거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1. 우리는 이라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전쟁에 반대한다. 2. 우리는 이라크의 정치사회적 문제가 군사력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한다. 3.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이라크 전쟁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4.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이라크와 관련된 사안을 반전․평화․인권의 대원칙에 입각해 접근할 것을 권고한다. 2003년 3월 26일 국 가 인 권 위 원 회 <김영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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