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벤처, 선제적 구조조정 바람

한계사업 과감정리‥수익성 향상 주력중소ㆍ벤처기업들이 구조조정의 고삐를 다시 죄고 있다. 금리 인상, 환율 하락 등 하반기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예방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필연적인 조치다. 갚을 것은 갚고 팔 것은 팔아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한계ㆍ부실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 수익성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소ㆍ벤처기업들은 지난 99년말 코스닥 활황시 받은 펀딩 자금이 고갈된데다 창투사와 해외기관으로부터 신규자금 유치도 어려워 운영ㆍ시설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들의 예방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갚을 것은 갚고 팔 것은 팔아라 디지털방송 시스템 업체인 대흥멀티미디어는 지난해 발행한 해외 BW 1,000만달러를 최근 모두 갚았다. 올해 1분기 86억원의 매출과 11억원의 순익이 발생하는 등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경기호전을 확신하지 못해 쌓아놓은 이익잉여금으로 빚부터 먼저 갚았다. 휴대폰 단말기업체인 세원텔레콤은 유가증권과 본사 매각을 통해 부채규모 줄이기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비등록업체 등 10여사 유가증권을 매각하기 위해 전문 대행사와 협의를 진행, 연내에 70억원 가량의 현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맥슨텔레콤 인수로 높아진 부채 비율을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역삼동 15층 본사 건물도 매각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류재원 동향분석실장은 "이전 정부와 창투사가 중소벤처기업에 과잉 지원했던 반작용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회사채 상환, 유가증권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비수익사업 정리 등 수익성 제고 측면에서도 구조조정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76개 이상의 기업들이 보유 유가증권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을 높여라 자동차부품 업체인 삼립산업은 주식소각을 통해 배당금을 줄이기로 했다. 지난 98년부터 꾸준히 배당금이 늘어났으며 이를 줄이는 차원에서 20%의 주식소각을 결정했다. 주식소각을 통해 자본금 규모를 줄이고 주당순이익을 높이려는 코스닥 업체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주식소각 조항을 신설한 코스닥 기업은 가야전자, 윌텍정보통신, 유니셈 등 50개사에 달한다. 김관수 옵티멀벤처리서치 사장은 "주식소각과 출자전환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이전에는 부도나 화의 등 부실기업에 많이 적용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중소벤처기업들도 주식소각을 통한 감자와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을 통해 재무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옥이전과 한계사업 정리도 잇따르고 있다. 확장성 표시언어(XML) 업체인 씨오텍은 지난달말 테헤란밸리에서 총신대 입구로 본사를 옮겼다. 회사 관계자는 "건물 평수는 이전보다 2배 가량 넓어졌지만 임대료와 관리비는 전과 같아 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었다"며 "하반기 경기전망이 불확실하다고 판단, 일단 줄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줄이자는 경영진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KGI증권 유제우 연구원은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이에 대비하려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중소벤처기업의 구조조정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따라서 자회사 매각과 지분정리 등에 따른 기업간 결합과 사업부 분리도 잇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정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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