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벤처 새 패러다임 열자] 제2부죽은 기업살리기

부실 덮어두기 미봉책 잇달아지난 9월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벤처기업 간담회. 10여명의 벤처기업인들이 참석한 이자리에서는 정부의 벤처정책에 대한 집중적인 성토가 이루어졌다. 특히 프라이머리CBO에 대해서는 "검증되지 않은 지원정책" "무차별적인 자금 지원" 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벤처 정책이 변질되고 있다. 새로운 활력소로 키우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부실을 덮어두기 위한 정책으로 퇴화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벤처정책은 태생적인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실업 해소이라는 '노동정책'의 굴레에 얽메여 경제정책으로서의 모습을 갖출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 '국민의 정부'에서 이룬 최대 치적이라는 점도 역설적으로 정책의 변화를 제약하는 요건으로 더해졌다. 즉 어떻게든 벤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정권 차원의 강박관념이 벤처정책의 변질로 이어진 것이다. 시장왜곡도 가속화됐다. 시장이야 말로 벤처가 제대로 크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정책은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프라이머리 CBO가 그렇고 중소 창투사를 대상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가 그렇다. 최근의 '벤처투자 손실보전제도(벤처기업 이익보전제도)'에 이르러서는 관련 부서에서조차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죽일 기업은 죽이고 살릴 기업은 살려야 하는 데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 벤처는 무조건 모두 살려야 한다는 것이 정책 목표가 됐다. 그리고 이것은 시장에서 '부실을 감추려는 미봉책'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코스닥 폭락과 벤처산업의 급속한 위축 이라는 '빙하기'를 자초했다. 정부에서 벤처붐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한 '벤처 확인제도'는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일정 요건만 갖추면 발급되는 '확인증'은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정부 보증서'로 둔갑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각종 비리사건은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사기꾼'으로 매도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주관부서의 복지부동도 여기에 가세했다. 벤처정책을 총괄하는 중기청의 한 부서는 최근 '벤처 퇴출과'로 불리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일은 제쳐놓고 퇴출 심사만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새로운 대안마련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한관계자는 "정책에는 해야 할 것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 것이 있는데 최근에는 하지 말아야 할 것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는 것이 벤처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간에는 정권이 바뀌면 '벤처 청문회'가 열릴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정말 청문회가 열릴 것인지 아닐 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렸다. 송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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