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수지 적자가 통제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늘기만 하는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를 키우는 주된 세력이 여행과 특허권 사용료 등인데 이들 분야의 해외 유출을 최소화할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경상수지가 배당 송금 지급이 마무리되는 5월 이후에는 흑자로 돌아설 수도 있지만 7ㆍ8월에는 해외여행 수요가 늘 것이 뻔하고 IT 수출이 늘수록 로열티로 빠져나가는 돈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정부는 올해 연간 기준으로 경상수지를 균형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점을 감안해보면 상품수지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거두지 못하면 경상수지는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자본수지의 경우 직접ㆍ증권투자수지는 적자를 기록하는데 은행 단기 차입금 증가로 인해 전체는 흑자를 유지하면서 ‘자본수지 흑자 착시효과’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늘어난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 보니=지난 1~2월 누계로 경상수지는 6,4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경상수지 항목을 구성하는 서비스수지는 이 기간 동안 적자 규모가 44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1~2월(34억5,000만달러 적자)보다 더욱 커졌다. 상품수지와 소득수지에서 흑자가 늘어난 덕에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한 것이다. 서비스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운수는 흑자폭이 줄고 여행ㆍ특허권 사용료 지불을 통한 해외 유출이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1~2월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25억3,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1억3,000만달러 적자)보다 더 늘었다. 특허권 사용료도 올 들어 2월까지 5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며 무역 관련 서비스도 6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규모를 더 키웠다. ◇위협받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재정경제부는 올 2월 그린북(경제동향)에서 “서비스수지 적자가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데 위험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1월 평가에서는 서비스수지를 경상수지의 불안요인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서비스수지 적자를 보는 시각이 점점 불안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찬우 재경부 경제분석 과장은 “정부는 올해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를 180억달러 정도로 보고 있다”며 “1~2월 추세를 보면 적자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서비스업 경쟁력 대책, 부품ㆍ소재 등 원천기술 개발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책의 경우 설혹 효과를 발휘하더라도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무역 거래의 경우 수출단가 하락, 원자재 값 급등 등으로 인해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계속 증가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계속되는 자본수지 흑자 착시효과=이런 가운데 자본수지 흑자 착시효과는 계속되고 있다. 자본수지는 직접투자ㆍ증권투자ㆍ기타투자수지 등으로 구분된다. 1~2월 누계는 직접ㆍ증권투자수지보다 적자다. 하지만 자본수지는 3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유는 은행의 해외 단기 차입금 증가가 계속 되면서 기타투자수지가 1~2월에 63억달러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해외투자 활성화 정책을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간다는 데 있다. 은행의 단기 외화 차입이 줄고 해외투자가 늘면 자본수지도 적자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경상수지 흑자는 우리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에는 매우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로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서고, 이런 가운데 자본수지도 적자로 전환될 경우 후진국형 쌍둥이 적자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