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자리를 찾자/이근영 신용보증기금 이사장(로터리)

재무구조가 견실한 자동차부품제조 중소기업체가 완성차업계의 파업으로 자금난을 겪게 되었다며 신용보증을 요청해왔다. 어느 중소기업체 대표가 노동계의 파업을 나무라 「파업이 옳은 일인가」라는 광고를 냈다. 새해들어 파업으로 벌써 2조원 이상의 생산차질과 4억달러가 넘는 수출차질이 생겨 지난해의 파업손실을 초과하고 있다고 한다. 노동계 파업사태가 몰고온 우리경제의 어려움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95년도 하반기부터 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서기 시작하였으나 지난해 1·4분기만 해도 경기연착륙을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2·4분기에도 계속 성장률이 둔화되고 세계화의 물결이 밀어닥치자 기업들은 서둘러 경쟁력제고를 위해 경영혁신을 추진, 명예퇴직 선풍이 불기 시작하였다. 명예퇴직에 대하여는 찬반 양론이 있었으나 이때만 해도 「명퇴로 고개 숙인 아버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자는 목소리와 함께 「아버지」라는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모두가 힘을 합하여 극복하자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희망이 있었다. 지난해 7월 이후 수출이 감소되면서 국제수지가 악화일로에 접어들고 성장구조도 투자위축, 사치성소비 증가 등 불건전한 양상을 띠자 급기야는 우리경제상황을 「고비용·저효율」의 생산구조로 진단하였다. 이러한 경제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 없이는 경제난을 해결할 수 없고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에서도 살아남기 어렵다는데 대한 공감대도 형성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의 정비가 필요했고 고금리해소를 위한 금융개혁 등 일련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인식을 같이 했다. 그러나 막상 지난해 12월 새로운 노동관계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노동계의 전국적인 파업으로 빚어진 노·사·정의 갈등구조는 여야의 정치투쟁으로까지 확산되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침묵하고 있는 대중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해소하고 추락하는 경제를 살려보자는 것이 오히려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한발씩 양보하고 힘을 합하여 경제만 살리면 노사가 우려하는 파생적인 문제도 저절로 해소될 것이다. 그럼에도 힘겨루기식 갈등이 지속되고 있으니 쥐 잡으려고 독 깨고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어서 답답하기만 하다. 매스컴을 접하다 보면 우리나라에는 마치 특정집단이나 정당만 있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제 여야 영수회담으로 시국수습의 가닥이 잡혔다.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정의 대립으로 파국을 원하는 국민은 한사람도 없다. 우리경제가 무너지면 누구도 얻을 것이 없다. 대화와 타협은 민주주의의 틀을 유지하는 기본요소다. 노사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한발씩 양보하여 모두가 승자가 되는 방안을 차분히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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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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