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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삼삼 노이로제

제7보(108∼131)



백8부터 다시 본다. 지금까지 순조롭게 운영을 해오던 김기용이 백8 같은 멍청한 수를 둔 이유는 무엇일까. "좌하귀에 뒷맛이 조금 남아있는 것 같아서 개운하게 지킨 것이지요."(김만수) 아마추어들은 자기 귀의 삼삼을 상대방이 유린하는 것에 대하여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 프로기사에게도 이 노이로제는 어느 정도 남아 있다. 승리가 거의 확실하다고 느끼는 순간 그 노이로제의 찌꺼기가 슬그머니 고개를 쳐든 것이었다. 유년기의 아련한 추억 같은 그 노이로제. 마왕 같은 이세돌에게 승리를 거두고 대망의 결승 무대에 올라가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이 승부혼을 눈멀게 한 것이었다. "귀에는 아무 뒷맛이 없었습니다."(김만수) 참고도1의 흑1로 쳐들어와도 백2 이하 6으로 아무 뒤탈이 생기지 않는 곳이었다. 이세돌이 실전보의 흑9로 막는 순간 백의 우세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바둑TV의 해설을 맡았던 장수영9단은 참고도2의 백1이었으면 백승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흑2로 받는 수는 절대인데 여기까지만 두어놓고 손을 돌렸어도 백승이었다는 진단이었다. 김만수는 백1이 아니라 A에 두었어야 했다고 주장했지만 장수영이 말한 이 수(참고도2의 백1)가 더 알기 쉬운 수였음이 나중에 확인되었다. 흑31이 놓였을 때 면밀히 계가를 해보던 이춘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데요. 백이 이긴 게 없어요. 흑이 덤을 내고도 조금 남기는 것 같아요."(이춘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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