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의병장 후손 국방장관의 의미


6월1일 '제4회 의병의 날'에 항일 의병장의 친손자인 한민구 전 합참의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청와대는 "한 내정자가 군에서 신망을 받고 있고 야전경험과 정책능력을 갖춘 전략기획통이어서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한 내정자는 충북 청원 출신으로 부산·경남(PK) 인사편중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지역안배도 고려됐다. 독립투사의 후손이 내각과 청와대·국회에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의병장의 후손이라는 점도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한 내정자의 조부인 고(故) 한봉수(1883~1972) 선생은 충북 청원 출신으로 지난 1907년 일제가 대한제국의 군대를 강제 해산시키자 의병을 일으켰다. 2년 반 동안 충북과 강원에서 34회 유격전을 펴 33회나 승리하며 '무적장군' '번개장군'으로 불렸다. 일제 경찰에 붙잡혀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1910년 경술국치 직전 사면됐다. 1919년에는 청주 서문장터에서 3·1독립만세운동을 벌였다가 1년의 옥고를 치렀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과 가족의 안위에 연연하지 않고 분연히 떨쳐 일어난 의병의 애국·애족정신은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친일을 미화하려는 세력이 적지 않고 독립투사의 후손들은 우리 사회의 변방 비주류에 머물러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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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때 의병장의 후손이 국방장관으로 내정된 것은 '민족정기' 확립 차원에서 의미가 깊다. 한 내정자 인선 그 자체로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끊임없이 역사를 왜곡하고 군국주의의 길을 걷는 것에 대해 하나의 경고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더욱이 한 내정자는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출마 요구를 거절했다. 그해 대선에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이 드러난 상황에서 정치권과 선을 그었던 그의 처신이 돋보였다.

이런 한 내정자는 '문무겸비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 도발시 원점타격론' 등 김관진 국방장관(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상당 부분 입장을 같이하지만 2006년 남북장성급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로서 북한과 협상했던 경험도 있다. 남북관계가 복잡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적도 아는 장수인 셈이다.

하지만 한 내정자는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합참의장으로서 청와대의 지시가 있기는 했지만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국민적 비판을 받았다. 따라서 이번에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기회이다. 그것은 독립투사의 후손으로서 정파적 이해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지키고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이어받는 데 매진하면 된다. 지하에서 의병장 한봉수 선생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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