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다음달 전체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자동차보험 사업비의 과다책정 여부를 조사한다. 또 사업비 절감 노력 및 손해율 개선에 미온적인 손보사에 대해서는 이행을 촉구하기로 했다. 29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다음달 4일부터 15일까지 모든 손보사를 대상으로 사업비 절감 및 손해율 개선, 경영안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며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서는 이행을 강하게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의 이번 조사는 가격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악사ㆍ하이카다이렉트ㆍ더케이ㆍ에르고다음다이렉트 등 온라인 자동차보험 4개사에 대한 현장점검과는 별도로 진행된다. 금감원은 다음달 1일까지는 온라인 차보험사에 대한 가격담합 현장점검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보험료 올리는 비대한 사업비 전면조사=금감원이 손보사를 대상으로 일제히 사업비 조사에 나서는 것은 손해율 상승과 함께 사업비 과다집행이 차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손보사들이 손해율(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에서 보험금으로 지급된 비율) 상승을 이유로 보험료 인상에는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사업비를 아껴 보험료를 낮추려는 노력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비는 보험계약 체결ㆍ관리ㆍ손해사정 등 보험사 운영에 필요한 경비로 사업비가 많으면 보험료는 올라가게 된다. 손보사들은 2010년 회계연도 1ㆍ4분기(4월~6월)동안 8,567억원의 사업비를 사용했는데 이는 당초 계획보다 528억원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에도 손보사들은 계획했던 사업비보다 1,914억원을 더 사용했다. 적정사업비율은 27%이지만 현재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사업비율은 32%를 넘어서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업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사업비 적정책정 여부 ▦사업비 과다집행 여부 ▦손해율 관리 ▦적정 정비수가 산정 ▦정비공장과의 계약 등을 집중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차보험 구조적 손해” 반박= 9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에 다가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손보사들의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는 사업비절감 압력까지 받고 있는 형국이다. 13개 손보사의 9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달의 81.5%에 비해 급등한 것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72%를 넘어서면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손해를 입게 된다. 자동차보험 판매비중이 높은 온라인 보험사는 대부분 수년째 적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일부 중소형 손보사는 자동차판매 비중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9월 손해율이 치솟은 것은 ▦태풍 곤파스 ▦집중호우 ▦추석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 손보사에 접수된 곤파스 피해 차량은 2만3,000대에 이르며 총 보상액은 310억원에 달한다. 또 추석 전날인 21일에는 집중호우로 4,000대에 달하는 침수피해 차량이 추가로 발생했다. 결국 태풍과 집중호우에 따른 보상금은 360억원으로 한 달에 지급되는 자동차보험 보상금 7,000억원의 5%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9월 손해율이 사상 최고 수준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10년래 손해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사상 유례없는 폭설이 내렸던 2005년 12월로 92.6%를 기록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관리 차원에서 차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는분위기가 팽배해 보험료 인상에도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비와 손해율을 반영해 보험료를 현실화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