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예뻐할 땐 언제고… 날 버리지 마세요" 휴가철에 버려지는 애완동물들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관련기사 '애완동물 등록제' 法개정 추진 "강아지 비싸지면 쉽게 안 버릴 것" 진짜보다 진짜 같은 재현의 마술 탈모예방 이렇게 하세요 내시경적 음경확대술 부작용 없어 술맛도 일상탈출! 확깨는 캐릭터 발칙한 상상력 '만남' 보다 아름다운 '그리움' 이야기 매년 여름 개가 수난을 당한다고 하면 누구나 여름철 보양식 문화와 관련된 것을 떠올리겠지만, 개들이 겪는 여름철 수난은 그것 뿐이 아니다. 최근 들어 휴가철이 되면 버려지는 개, 이른바 유기견(遺棄犬)이 급증한다. 애완동물을 버린다는 얘기는 우리나라 보다 더 많은 사람이 개를 기르고, 더 긴 휴가를 즐기는 유럽 선진국에서나 나오는 뉴스인줄 알면 착각이다. 농림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연간 6만 마리의 애완동물이 버려지거나 주인을 잃어버리며 이에 관련된 비용도 연간 50억 원 정도가 발생한다. 유기동물 발생 건수를 분기별로 보면 매년 3분기가 가장 많은데, 이는 휴가철 ‘애물 단지’가 돼 버려지는 경우가 많이 때문이다. 말 못하는 짐승을 슬쩍 내다 버리는 행위는 일차적으로 사람의 잘못이지만, 문제를 사회전체로 확대하면 유기동물은 도시의 큰 골칫거리다. 동물을 끔찍이 사랑하는 몇몇 사람들을 빼고는 주인 없는 개를 나서서 책임지겠다고 할 사람은 없다. 때문에 이는 공공의 몫이 되고 당연히 이에 따른 행정력과 비용이 발생한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지난 2004년에 1만5,699마리, 2005년에 1만7,577마리의 애완 동물이 보호시설 신세를 졌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구조되거나 포획된 유기동물의 수를 집계한 것일 뿐, 실제로 발생한 유기동물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말이다. 버려진 애완동물 입장에서 보면 보호소에 간다고 해도 수난이 끝난 게 아니다. 오히려 더 무서운 일이 기다리고 있다. 30일 내에 새 주인에게 분양되지 않으면 안락사 처리되기 때문이다. 버려진 개들은 대부분 못생겼거나, 덩치가 너무 크고, 털이 많이 빠진다거나, 부상을 당한 경우, 이밖에 인간의 기준으로 볼 때 어떤 ‘문제’를 가진 것들이 많기 때문에 새 주인에게 분양될 확률은 상당이 적다. 약 90%의 유기 동물이 30일을 넘겨 안락사라는 형태의 죽음을 맞는다. 고양이는 개에 비하면 그나마 좀 낫다. 잽싼 행동과 강한 생존력을 바탕으로 야생화의 길을 선택, 개보다는 ‘억울한’ 죽음을 덜 맞게 되지만 야생 고양이가 일으키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감안하면 이 역시도 심각한 일이다. 개는 약 1만 년 전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 이후 인간과 개는 서로에게 유용한 것들을 주고 받으며 함께 살았다. 현대사회의 애완견은 반려동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접 받는 존재가 됐지만, 운이 나쁠 경우엔 이 황량한 도시에 홀로 버려져 거리를 떠돌다 죽음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당시의 개들은 미처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애완동물 등록제와 관련, 버려지는 동물들의 실태를 점검해 보았다. 서울서만 매달 1,000여마리 버려져 포획되지 않은 숫자 포함하면 훨씬 많아 개, 한달내 새 주인 못찾으면 안락사 운명 고양이는 불임 시술후 다시 방사하기도 일부이긴 하지만 왜 사람들은 키우던 동물을 내다버릴까. IMF 외환위기 당시 유기된 애완 동물들이 대거 발생했을 때는 경제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지만, 경제의 거품이 꺼지고 불경기가 찾아온 지 한참이 지난 지금은 도덕적 해이와 생명 경시가 주된 이유인 것으로 동물 애호가들은 보고 있다. 주인 잃은 동물이 보호되고 있는 시설을 찾아가보면 이들의 신세가 얼마나 처참한 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보호소에 있는 개들 중 '성한 놈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이들은 상처와 질병을 안고 있다. 물론 현재 거리를 떠도는 개나 고양이 전부가 버려진 것은 아니다. 주인이 뜻하지 않게 잃어버린 경우도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IMF 때는 버려지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며 "요즘도 잃어버린 것보다는 버려진 경우가 더 많다고 본다"고 추정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90% 정도는 버려진 것들이고 나머지가 잃어버린 경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남 주기도 어렵더라" 사람이 키우던 애완동물을 버리는 이유를 한 마디로 종합하면 '더 이상 키우기가 어려워서'다. 사실 애완동물을 더 이상 키우기 어려운 사정이 생긴 사람이 호소하는 고통도 충분히 이해할 만 한 것들이다. 아이가 생겼다거나, 동물이 너무 말을 안 듣는다거나, 알레르기성 질병을 유발한다거나, 동물 때문에 이웃과 크게 다퉜다거나 누구든 이유는 있게 마련. 최근 결혼한 회사원 이 모 씨(32)는 키우던 개를 '가까스로' 친구의 먼 친척에게 줬다. 아내가 개를 워낙 무서워 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개를 남에게 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개를 받겠다는 사람을 찾기가 워낙 어려워 '혹시 산에 놔주면 혼자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었다"고 털어놨다. 아무리 공짜라도 남이 키우던 애완동물을 받아서 키우는 일이 정서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고양이를 제외한 애완동물은 주인을 떠나면 곧장 생명에 위협을 받는 처지가 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유기 동물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기동물의 여정 주인 잃은 애완 동물의 관리 및 처리는 동물보호법을 따르며 시행은 시ㆍ군ㆍ구의 조례에 따른다. 유기동물을 구조 또는 포획해 지정된 기관에서 일정 기간 보호하다가 원래 주인이나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시키는 게 대체적인 절차다. 서울시의 경우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구를 제외한 24개 구가 한국동물구조협회라는 곳과 용역 계약을 통해 주인 잃은 애완동물을 처리하고 있으며, 강남구는 모 동물병원과 계약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두 곳에 들어오는 애완동물은 매달 1,000 마리가 넘는데, 문제는 구조되거나 포획되지 않은 유기 동물의 수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히 고양이의 경우는 거의 야생화 되기 때문에 얼마나 버려지는 지 알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유기동물이 처리되는 과정은 간단하다. 주인 없는 애완동물을 보호하고 있거나 발견한 사람이 해당 관청에 신고 전화를 하면 시ㆍ군ㆍ구의 용역을 받은 시설에서 동물을 데려가 일정 기간 보호하는 체계다. 시ㆍ군ㆍ구는 이에 대한 용역 비용으로 마리당 9~15만 원 정도를 지불한다. 유기동물은 보통 한 달 내에 새 주인에게 분양되지 않으면 안락사 처리된다. 고양이의 경우는 더 이상의 번식을 막기 위해 중성화 수술을 한 뒤 방사하기도 한다. ■충분한 공부가 필요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사육을 시작하려는 사람의 '심사숙고'와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 최 교수는 "자신이 키우려는 동물이 얼마나 크게 자라는지, 냄새가 얼마나 날 지, 털이 얼마나 빠질 지, 이웃에 피해를 줄 정도로 큰 소리로 짖는지, 오물은 얼마나 배설하는 지 등에 대한 충분히 정보를 모은 뒤 사육을 결정해야 한다"며 "무작정 키우기 때문에 나중에 애완동물이 애물 단지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몇 년 전부터 TV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애완 동물 관련 프로도 무작정 애완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는 데 한 몫을 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현재 우리 나라에 약 300만 마리의 애완견이 있으며 애견 인구는 약 700만 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민의 15%가 개를 키우는 셈이다. 관련 산업의 규모도 1조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 교수는 "자신의 애완동물을 사랑으로 대하고 잘 관리하는 것은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 85%의 사람들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6/08/09 13:47